사진=픽사베이 제공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82조4093억원, 올해 1월 말 84조3232억원으로 3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보였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대안으로 은행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하면서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이 늘고 있는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2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대비 1조4175억원 증가한 85조7407억원을 기록했다.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82조4093억원, 올해 1월 말 84조3232억원으로 3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보였다.

금리 인상 기조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끼면서 은행 대출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9월 말 연 1.593%에서 시작해 6개월 넘게 꾸준히 올랐다. 그러다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전후로 연 2.363%에서 이날 연 2.195%까지 하락했다.

회사채 무보증 3년물 AA- 등급의 금리도 지난해 9월 말 연 2.049%에서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사태 직전 연 2.949%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최근 전쟁 우려로 채권 금리가 하락세에 들어서긴 했지만,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까지 인상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여전히 가계대출을 옥죄는 추세를 이어가면서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은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4~5%대로 관리하자 정부의 관리 기조를 의식한 은행들도 기업대출을 늘리는 모양새다.

최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들은 앞서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기업대출을 전년 대비 4~8%가량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법인 영업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신한은행도 올해부터 기업대출에 힘을 싣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중 기업 영업을 전폭 지원하기로 했으며, 대기업 및 중소기엄 대출 신규 실적에 가중치를 적용한 포상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서 회사채 시장이 안 좋아져 기업들이 대출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가계 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은행들도 금리 경쟁력을 올려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