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지난해 연료비로 1조8000억원 지출
유류할증료 비례 상승, 소비자 부담 증가 전망
정유업계, 고유가 장기화 시 부메랑 효과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항공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항공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거진 인플레이션 우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유가·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안전자산 수요 증가로 환율마저 급등해 금융·제조 등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서울와이어는 국내외 경제 상황과 주요 산업분야의 전망을 심층 분석해 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물론 항공업계의 미래가 어둡다. 사업 방향성이 불투명해질 뿐만 아니라 실적까지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엎친데 덮친" 항공업계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장중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39.13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30.50 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유렵 동맹국들과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검토를 알린 이후 유가가 급등했다.

JP모건은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계속 차질을 빚을 경우 올해 말까지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85달러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경제 원유의존도 1위다. 국제 유가 상승시 상대적으로 비용 상승압력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의미다.

이에 국내 모든 기업이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항공업계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항공사들은 전체 영업이익중 30%를 유류비로 지출한다. 손실을 최소화기 위해 정해진 가격에 항공유를 미리 구매하는 ‘유가 헤지 거래’를 대부분 활용한다. 하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영업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료비에만 1조8000억원을 지출했다. 전년(1조2474억원) 대비 44.3% 오른 수치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최근 5년간 평균 연간 3000만배럴을 소비한다. 항공유가가 1달러 오를때마다 3000만달러(362억8500만원) 손실을 보는 셈이다.

지난해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아시아나항공도 불안하다. 지난해 3분기 아시아나항공은 전년 동기 대비 82% 많은 2243억원을 연료비에만 사용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국제 유가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게 됐다.

항공업계는 연료비가 오른 만큼 비례해서 유류할증료를 올렸다. 올 4월 국내선 여객 유류 할증료는 이달보다 1100원 오른 9900원으로 인상된다. 국제선도 2016년 7월부터 유류할증료 거리 비례 구간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4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로 운항이 어려운 가운데 고유가 흐름이 지속된다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져 여객 회복에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실적 기대를 기대했던 정유업계도 장기화로 인한 우려가 커졌다. 사진=서울와이어 DB
단기적으로 실적 기대를 기대했던 정유업계도 장기화로 인한 우려가 커졌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양날의 검', 불확실성↑

항공업계뿐만이 아니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지만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되면 오히려 부메랑처럼 돌아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정유업계는 실적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가 저유가일 때 구매한 원유 비축분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고 평가이익이 커진다. 특히 정제마진 개선이 예상된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다.

정유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원유는 2~3개월 전 미리 도입이 확정돼 200일 분량 원유를 비축한 상황이다. 원유 수급 문제가 발생해도 6개월을 버틸 수 있기 때문에 당장 공급차질을 겪게될 가능성이 낮다.

유가는 연일 치솟는 상황이다.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845.61원으로 전날보다 17.27원 올랐다. 이는 2014년 9월 이후 7년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전국 최고가 주유소는 서울 중구 SK에너지 서남주유소로 현재 리터(ℓ)당 2779원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정유업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되면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정유업계의 상황은 달라진다.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면 수요가 위축되고 정제마진 둔화로 이어지는 등 악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올 2월 배럴당 7달러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유가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하면 정유사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었을때 국내 정유 4사는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정제마진이 높아져 1분기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유가가 오르면 수요가 줄어든다. 정제마진이 하락하고 수익성이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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