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운항 연료비 급증에 따른 매출감소 전망
역대 최대 실적 철강사, 고유가로 실적악화 우려
조선업계, LNG선·해양플랜트 수주 호황 기대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거진 인플레이션 우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유가·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안전자산 수요 증가로 환율마저 급등해 금융·제조 등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서울와이어는 국내외 경제 상황과 주요 산업분야의 전망을 심층 분석해 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비롯된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조선·해운·철강업계 등에 피해가 우려된다. 이들 업계는 지난해 호황기를 맞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최근 고유가로 연일 비상이다.

해운업계는 연료비 비중이 높아 현재 고유가 상황이 부담이다. 철강업계 역시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크다. 생산 구조상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해 고유가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반면 조선업계는 유가상승 수혜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해운사들의 연료비는 운항 원가의 10~25%를 차지하는 만큼 고유가로 인한 수익성이 대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HMM 제공
해운사들의 연료비는 운항 원가의 10~25%를 차지하는 만큼 고유가로 인한 수익성이 대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HMM 제공

◆해운업계, 고유가로 인한 연료비 상승 우려

해운업계는 해상운임 상승으로 지난해 유례없는 호황이 이어졌지만, 현재는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올해 초 배럴당 76.9달러 수준이었던 두바이산 원유 가격은 125.2달러까지 치솟았다. 국내 해운사들은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해운사들의 연료비는 운항 원가의 10~25%를 차지하는 만큼 고유가로 인한 수익성이 대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HMM은 2020년 지출한 연료비는 불과 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연료비는 증가세를 보인다. 

실제 HMM은 지난해 3분기 전체 매출원가(4조3941억원)의 약 16% 수준인 6814억원을 연료비로 사용했다. 국제유가는 한동안 현재 흐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에너지산업에 직접적인 제재를 고려하면서다. 

해운업계의 연료비 고정 지출 비용도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해운사들은 부담이 점차 가중되자 계약조건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미주노선 기준 전체 운임의 10%를 유류할증료를 부과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운임비용이 워낙 고가에 형성되다 보니 연료비 상승은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상승이 지속된다면 결과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기를 대규모로 사용하는 철강사들의 에너지 비용도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전력사용 비중 높은 철강사, 실적 악화 가능성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던 철강업계도 비용 부담 우려가 커졌다.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분을 반영하는 제도에 따라 유가상승 시 고정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구조다.

전기를 대규모로 사용하는 철강사들의 에너지 비용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2019년 기준 전력비로 2463억원을 사용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한 해 전력비와 연료비는 2조원을 넘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국제유가 상승 시(100달러 기준) 산업별 원가상승률을 추산한 결과 23.50%를 기록한 정유가 가장 높았고, 철강이 5.26%로 바로 뒤를 이었다. 유가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는 유가상승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당장 철강사들은 전기로 가동률 조절 외 대안이 없어 고심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부담이 늘어난 탓에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효율 설비를 도입했다”며 “앞으로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추가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고유가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 조선사들은 고유가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해양플랜트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조선업계는 고유가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 조선사들은 고유가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해양플랜트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조선사, 유가상승 속 해양플랜트시장 주목

조선업계는 조심스럽게 반사이익을 기대하면서 고유가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선 다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에 국내 조선사들에 대한 LNG선 발주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수주한 계약물량 중 러시아 발주물량도 없기 때문에 부담도 적고, 추가적인 LNG선 발주를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또한 조선사들은 최근 유가상승 장기화에 따른 해양플랜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최근 유가상승에 따른 해양플랜트시장이 다시 주목받는다. 해양플랜트는 바다에 매장된 원유나 가스를 해상에서 탐사·시추·발굴·생산하는 설비다.

국내 조선사들은 2010년 이후 고유가 시대에 해양플랜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매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지만, 2015년 유가가 급락하며 급감했다.

하지만 올해 고유가로 인한 해양플랜트 개발에 대한 수요가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해양플랜트 발주시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악재 속에도 재개될 조짐을 나타냈다. 해양플랜트는 올해 유가 흐름과 국제적 관계 속에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 입장에서 최근 유가 흐름은 극히 부정적인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해양플랜트시장이 활성화하는 등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가 가스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만큼 석유 개발에 대한 프로젝트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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