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희귀가스 대안 필요
수출길 막힌 자동차, 러시아공장 가동 중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불거진 오일쇼크가 수출 무역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타격이 우려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불거진 오일쇼크가 수출 무역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타격이 우려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거진 인플레이션 우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유가·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안전자산 수요 증가로 환율마저 급등해 금융·제조 등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서울와이어는 국내외 경제 상황과 주요 산업분야의 전망을 심층 분석해 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한동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오일쇼크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반도체기업의 타격이 우려된다. 유가 급등에 따른 무역 규모 위축은 물론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급난까지 이중고를 겪는다.

◆네온 등 희귀가스 대체 공급지역 없어

8일 반도체업계는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주시 중이다. 반도체 생산공정에 필수적인 희귀가스 물량 대부분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3~4개월 분량의 가스를 확보했으나 전쟁이 장기화되면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한 네온 중 28%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들어왔다. 제논가스도 49.1%, 크립톤도 48%씩 해당 지역에서 수입해왔다. 이 희귀가스들은 반도체 노광, 식각 공정에 필수로 사용된다.

국내 기업들은 전쟁 징조가 보이기 전 희귀가스 어느 정도 물량을 확보했다. 한 분기 정도 버틸 여력은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대체할 공급지역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네온은 미국, 중국, 프랑스 등이 생산할 수 있으나 자국 물량 확보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희귀가스를 국내에서도 양산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한다. 포스코와 특수가스 전문업체 TEMC가 최근 네온가스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하반기부터 양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생산능력이 국내 수요의 15%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외에 크립톤과 제논의 국산화도 추진 중이다.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러시아에 생산공장을 둔 국내 자동차 기업과 부품 생산업체들이 루블화 하락과 부품 공급문제 등으로 타격이 예상된다.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제공

◆현지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타격 불가피

자동차산업은 러시아 수출길이 막히고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현지 생산 수출에 애로사항이 생겼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는 올해 러시아 자동차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덩달아 현지 공장을 세운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의 타격도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지난 1일부터 중단한 후 재가동 시점을 잡지 못했다. 원인은 부품 수급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류대란이 다시 발생한 상태다. 판매사에 대한 차량인도도 중단됐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5.8%에 달하는 37만7612대를 생산했다. 현지 시장 점유율도 르노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러시아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에 각광받는 시장으로 꼽혀왔으나 전쟁이 터지면서 시장 수출길이 사실상 막혔다는 의견도 나온다.

러시아 정부가 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한 점도 우려요소다. 러시아 정부와 개인은 비우호국가 목록에 포함된 외국 채권자에 대해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다. 루블화 가치가 폭락한 상황에서 매출에 타격이 생길 수도 있다.

업계는 비슷한 사례인 크림반도 병합 사태 당시 매출이 일부 줄어들기는 했으나 단기적으로 큰 영향은 아니라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부품 조달율을 높여서 환율 영향을 덜받는 식으로 공정을 전환했기에 급격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지 부품 생산업체의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인한 손해를 제품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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