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8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 내려놔
'비욘드 코리아' 위한 글로벌사업에 전력투구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의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휘할 예정이다. 사진=카카오 제공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의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시장 진출을 지휘할 예정이다. 사진=카카오 제공

[서울와이어 한동현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현장으로 돌아간다. 글로벌시장에서 영향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불식할 목적으로 신사업에 집중할 전망이다. 

김 의장은 지난 14일 계열사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메타버스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작업을 주도하고, 저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와 '비욘드 코리아'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의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 중심을 이동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카카오의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를 모바일과 국내시장을 넘어서는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Beyond Korea, Beyond Mobile)'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직접 관련 사업을 챙기며 핵심 키워드를 살릴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카카오 미래 이니셔티브 센터장직은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행보는 최근 국내 기업 총수들이 직접 신사업을 챙기거나 해외시장 개척을 지휘하는 사례와 비슷한 면이 있다. 최근 최태원 SK 회장이 SK텔레콤의 무보수 미등기 이사직을 맡아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을 지휘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AI 사업을 챙기는 등 국내 대기업 총수의 경영일선 지휘 사례가 늘었다.

김 의장은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에 집중할 전망이다. 2014년 이후 8년 만에 의장직을 내려놓은 그는 우선 일본에 진출한 웹툰 플랫폼 카카오픽코마를 키우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네이버도 라인을 통해 일본 웹툰시장에 진출했으나 픽코마가 이를 누르고 해당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다. 그는 픽코마 초기부터 사내이사를 맡아 시장 진출을 직접 챙겼다.

카카오가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웹툰 등으로 지식재산권(IP)을 대량 확보한 가운데 일본시장에서 통한 IP를 원소스멀티유즈(OSMU)식으로 확장하면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픽코마의 일본시장 매출 규모는 7227억원으로 2020년 대비 74 가량 늘었다.

김 의장은 픽코마의 성공사례를 타 지역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북미에는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와 웹툰 플랫폼 타파스 등을 내세워 현지 콘텐츠를 발굴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카카오웹툰을 태국, 대만 등 동남아시장에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김 의장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악화된 점도 김 의장의 의장직 사임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김 의장과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상장 후 임원진들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 골목상권 침해 문제 등으로 시달렸다. 지난해 이런 문제가 한 번에 불거지면서 네이버와 함께 국정감사 기간 동안 집중공격을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의장의 사임은 내수 기업이라는 비판과 국내 상황에 대한 염증이 합쳐진 탓”이라며 “창업자로서 기업 방향에 계속 영향을 끼치는 동시에 비판적인 국내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덕에 그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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