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겔싱어 CEO "투자는 EU 전체에 걸쳐 이뤄질 것"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명가 재건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가운데 앞으로 10년간 유럽에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을 위해 800억유로(약 110조원)를 투자하는 계획안을 내놨다.
인텔은 15일(현지시간) 유럽 내 초기 투자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유럽 내 연구·개발(R&D)부터 제조, 최첨단 패키징 기술까지 전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첫 투자는 독일에서 이뤄진다.
인텔은 독일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에 170억유로(약 23조원)을 투자해 2개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프랑스에는 연구·개발(R&D) 센터와 디자인 허브를, 아일랜드·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 등지에서는 반도체 제조와 후공정 시설 등을 짓는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에서 “반도체의 80%가 아시아에서 생산된다”며 “인텔은 가장 앞선 기술을 유럽에 가져와 유럽연합(EU)이 차세대 반도체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는 스페인에서 폴란드까지 EU 전체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조화롭고 탄력 있는 공급사슬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이와 관련 지난달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하고 미국과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반도체칩법을 제정했다.
또한 반도체 부문에 공공과 민간에서 430억유로(약 59조원)를 투자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EU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유럽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다. 유럽의 실리콘 웨이퍼 생산량은 현재 10% 안팎으로 떨어졌다.
겔싱어 CEO는 “EU 반도체법은 민간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반도체 부문에서 유럽의 위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인텔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유럽의 디지털 미래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인텔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해 4월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고, 올해 1월에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추가로 첨단 반도체 공장 2개를 추가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반도체 무대를 유럽으로 넓혔다. EU와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다. EU 내 핵심인 독일 공장은 2023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의 공세는 삼성전자와 TSMC 등 경쟁사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의 3강 체제로 파운드리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2.1%로 1위, 삼성전자가 18.3%로 2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