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기자
김민수 기자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지만 피해는 결국 주주의 몫으로 남아버렸다.”

3월 들어 상장사들이 정기주주총회를 잇따라 개최하는 가운데 29일에만 570곳 이상의 기업이 몰렸다.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총 576개사(코스피 151개사·코스닥 381개사·코넥스 44개사)가 이날 정기 주총을 열겠다고 밝혔다. 3월 마지막주로 범위를 넓히면 이 기간동안 주총을 여는 상장사는 1546개다. 37% 이상이 이날 하루에 집중된 셈이다. 

당초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등이 예상한 주총 집중일은 지난 25일과 30일, 31일이다. 주총 집중일에 주총을 열기 위해선 해당일에 열어야 하는 사유를 공시해야 한다. 이에 상장사들이 집중일을 피하려다 오히려 29일에 주총이 몰렸다는 관측이다.

주총일이 특정일에 쏠리는 현상은 매해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다. 이에 금융당국은 주총이 몰리는 시기를 ‘주총 집중 예상일’로 정해 이날을 피해서 주총을 잡도록 유도하는 ‘주총 분산 자율 준수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정작 기업 입장에선 주총 분산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주총 일주일 전까지 직전 연도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공시할 의무가 생기면서 3월 초·중순 주총이 물리적으로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정감사제에 따른 외부감사 시간이 더 소요되고 해외법인 종속회사들이 많아진 것도 주총을 당기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다수 기업이 특정일, 비슷한 시간에 주총을 열기에 생긴다. 주주 입장에서는 권리행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러 종목에 투자하는 시장참여자 입장에서 한날 열리는 주총에 모두 참석할 수 없어, 결국 주권 행사에 있어 선택을 강요받게 된 것이다.

물론 예탁원과 삼성증권 등의 전자 투표시스템을 통한 온라인 주총 참여가 가능은 하다. 또 상법상 우편투표 같은 낡은 제도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 모두 찬반 의사표시는 가능하지만, 안건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고 설명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쯤되면 기업들이 ‘주총 쏠림’을 의도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과거 ‘주총꾼’이라 불리던 한주 보유 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해 회의 진행을 고의로 방해한 사례가 많았다. 이를 방지하고자 한 의도도 있겠지만, 주총에서 경영진 비판 등 부정적 이야기를 미연에 막을 속셈도 있는 듯하다.

좋은 소리만 듣겠다고 주총을 비슷한 시기로 의도한 거라면, 주주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연초 기업들의 신년사는 모두 헛소리가 된다.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모두 참석해 회사를 위한 정책 의견을 내놓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 참된 주총의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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