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해승 기자
주해승 기자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은행들은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도 이자 장사를 놓지 못한다. 은행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실적이 좋을수록 커진다. 실적이 발표되는 연말 연초가 제일 시끄러운 이유다.

은행장들은 매년 신년사에서 비은행 부문 강화와 비이자이익 드라이브를 단골로 내세우지만 은행의 수익은 여전히 이자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물론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 이자와 대출 이자 차이에서 발생하는 금액을 수익의 근본으로 하고,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사기업인 만큼 금리를 통한 장사 자체가 문제 될 건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담합 없이 공정성이 담보돼 있는지의 문제로, 예대금리간 격차가 지나칠 정도로 벌어질 경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통해 산정된다. 가산금리는 업무비용, 리스크 프리미엄, 목표이익률 등을 토대로 결정되는데, 이 같은 과정이 비판의 핵심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도한 예대금리차 해소를 위한 정치권의 견제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예대금리차 일괄 공시뿐 아니라 가산금리에 대해서도 개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과도한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국이 나서서 가산금리의 적절성을 검토하거나 담합요소를 점검하는 행위는 '시장금리 불개입' 원칙이 깨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산금리에는 은행의 영업비밀이나 노하우가 담겨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공개되는 것도 곤란한 일이다. 은행들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가산금리를 조정하고 대출금리를 인상해 왔지만 그 산정 방식이나 수준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켜왔다. 

하지만 깜깜이 방식인 금리산정 체계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불신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영업비밀'이라는 점을 계속 내세울 수는 없어 보인다. 

대출금리는 급격히 오르고 있는 반면 수신금리는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운다. 대출수요가 급증하고 금리가 인상되면서 은행의 이자 이익이 확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오르는 기준금리에도 예·적금 금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예·적금 금리를 올렸지만 대부분 연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인 예대 마진은 2년 4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이자 장사를 놓기도 싫고 정부의 시장 개입도 싫은 은행들이 비판을 피할 길은 스스로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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