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주요계열사 임금인상 폭 역대최고 수준
특별한 복지 혜택 내세워, MZ세대 붙잡기 나서
총수·CEO, 과거 호칭버리고 적극적인 '소통경영'

LG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역대급 연봉 인상안을 내세웠다. 성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MZ세대 직원을 붙잡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LG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역대급 연봉 인상안을 내세웠다. 성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MZ세대 직원을 붙잡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사내 중추로 성장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맞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역대급 연봉 인상안을 내놨다. LG이노텍과 LG전자는 지난 8일 올해 임금을 각각 10%, 8.2% 인상했다. LG CNS 역시 지난 15일 올해 임금을 10% 올렸다. LG디스플레이도 전날 임금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LG 계열사들의 올해 임금인상 폭은 대부분 역대 최고다. 이 가운데 LG이노텍과 LG에너지솔루션, LG CNS의 인상 폭은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다. LG전자의 올해 임금 인상률도 과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이전 평균 임금 인상률이 연 4%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2010년 초반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간 LG 주요 계열사들의 연봉은 비슷한 경쟁사 대비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인상을 통해 동종업계 수준에 맞췄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의 임금인상을 결정했다. 2020년 대비 2배 높은 수준으로 신입사원의 초봉은 5040만원으로 삼성전자(4800만원)를 앞섰다. 임금 인상은 기본적으로 호실적에 따른 보상 의미를 갖는다.

한편으로는 인재 확보를 위해 확실한 보상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주축 세대로 떠오른 MZ세대의 경우 성과에 대한 투명한 보상을 거침없이 요구한다. 이젠 기업들이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직률이 증가하는 등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본인이 희망하는 연봉과 선진적인 문화를 갖춘 기업으로의 이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이색적인 복지 제도를 선보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사업팀원들에게 영어 이름인 ‘토니’로 불러달라”고 말하는 MZ세대를 위해 힘쓰는 모습이다. 사진=SKT 제공
SK하이닉스는 이색적인 복지 제도를 선보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사업팀원들에게 영어 이름인 ‘토니’로 불러달라”고 말하는 MZ세대를 위해 힘쓰는 모습이다. 사진=SKT 제공

연봉 인상뿐 아니라 특별한 복지 개선으로 MZ세대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나선 기업도 있다. SK하이닉스는 ‘해피 프라이데이’와 같은 휴가 제도를 도입하고, ‘허먼밀러’ 브랜드 의자를 업무공간에 배치했다.

허먼밀러 의자 1개 가격은 최대 200만원 안팎으로 의자계 명품으로 통한다. SK하이닉스는 임직원 3만명에게 허먼밀러 의자를 제공하기로 했다. 의자 교체 비용만 최소 6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노력은 타 기업 직원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총수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MZ세대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11일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사업팀원들과 만나 “영어 이름인 ‘토니’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영어이름 사용은 과거 정보통신(IT) 업계에서 수평적 조직 관계 형성을 위해 도입한 조직문화다. 삼성전자의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도 본인들의 영어 이니셜인 ‘JH’와 ‘KH’로 불러달라고 직원들에게 요청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올해 초 전 임직원의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면서 “앞으로 편하게 ‘권영수님’으로 불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CEO들은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힘쓴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와 CEO들이 소통경영을 통해 과거 딱딱한 조직문화를 유연하고 수평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MZ세대 직원들도 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면서 친숙한 이미지 형성과 소통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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