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해승 기자
주해승 기자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물가는 계속 치솟는데 대출 규제 완화 공약은 지켜야 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딜레마에 빠졌다. 게다가 부동산정책 발표도 애초 예상했던 이번 주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면서, 대출 규제에 대한 윤곽도 뚜렷하게 그리지 못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그간 현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를 비판하며, 대선 공약을 통해 실수요자들에게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출 완화는 윤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만큼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가계부채 대책과도 직결돼 어영부영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대출을 대폭 풀어주면 치솟는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고, 기준금리도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계대출을 무작정 늘리기는 쉽지 않다. 이에 인수위가 고민을 거듭하면서, 이번 주 인수위 차원에서 발표할 것이란 전망됐던 부동산정책도 발표 시기가 늦춰졌다. 대출 규제에 대한 윤곽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윤 당선인은 현재 규제 지역별로 40%까지 제한된 LTV를 지역과 관계없이 70%까지 완화하고,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는 80%까지 허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다만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함께 완화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청년층에 한해 일부 완화해주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인수위의 정책 방향은 혜택이 고소득자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시장의 불만만 커지고 있다. LTV 완화가 실효성을 얻으려면 DSR 규제 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DSR 규제를 유지하면 소득이 낮은 청년이나 신혼부부는 대출을 받을 수 없다.

DSR 규제는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즉 LTV를 아무리 높여도 DSR이 그대로라면 고소득자만 대출이 쉬워져,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LTV와 DSR을 모두 완화하면 소득과 상관없이 빚을 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 부실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국 금리 인상에 맞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도 인수위로서는 부담이다. 차주별 DSR 규제 아래서는 금리가 오르면 대출한도는 자동으로 줄어들게 된다. 

대출 규제에 대한 새 정부의 메시지가 명확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은행과 개인차주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급등으로 대출금리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시라도 빨리 안갯속에서 빠져 나와 대출 규제에 대한 윤곽을 그려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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