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산업은행은 사모펀드 운용사(PEF) JC파트너스에 KDB생명 매각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했다. 사진=KDB산업은행 제공
지난 20일 산업은행은 사모펀드 운용사(PEF) JC파트너스에 KDB생명 매각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했다. 사진=KDB산업은행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KDB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에 실패하면서 여기에 투입된 막대한 자금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2014년 이후 수차례 매각에 실패하고 있는데다 1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지급여력(RBC)비율 등 KDB생명의 주요경영지표까지 개선되지 못하면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산업은행은 사모펀드 운용사(PEF) JC파트너스에 KDB생명 매각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산은은 2020년 12월 JC파트너스에 KDB생명 지분 92.73%를 20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구주 인수와 별도로 투자자를 모아 3500억원을 유상증자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지난 13일 JC파트너스가 보유한 또다른 보험사인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금융회사 대주주는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문제는 JC파트너스가 부실 보험사인 MG손보를 운영하면서, 신규 자금 유치 등에 실패해왔다는 것이다. 또 금융위 내에서는 JC파트너스의 계열사 운영 행태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산업은행의 매각 불발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쌍용자동차까지 이어졌다.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매각정책에 책임을 지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에디슨모터스가 지급 기한 안에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못하게 되면서 인수합병계약이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019년 현대중공업과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 불허로 인수합병이 불발됐다. 

이 같은 연이은 매각 불발에는 KDB생명의 RBC비율(보험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이 업계 최하위권에 머무는 등 경영지표 개선이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KDB생명의 RBC비율은 160%대로 금융당국 권고안 150%을 간신히 웃돌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했던 민영화처럼 산업은행을 지주사 형태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주도로 열린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혁신과제 : 산업은행의 역할 재편을 중심으로’에서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역할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구 연구위원은 “정책금융기관이 대주주, 주채권은행으로서 대기업에 대한 사후적 구조조정을 담당할 경우 해당 기업의 공기업화로 적극적인 방식의 사업구조조정이 어렵다”며 “회생 절차, PEF 등을 통해 사후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지주회사 형태의 공사 설립을 통해 정책자금의 총량 통제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정책금융공사’ 설립을 제안했다. 중소기업 지원과 상업금융 부문은 공사에 이전하거나 민영화를 추진하고, 구조조정 금융과 혁신기업 투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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