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은 21일 대출 취급분부터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35년에서 4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사진=픽사베이
하나은행은 21일 대출 취급분부터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35년에서 4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장 대출기간이 40년으로 속속 늘어날 전망이다. 하나은행이 21일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최장 대출기간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은행권이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한도 경쟁에 나선 것이다. 주담대 최장 대출기간 확대는 중간소득 이하 차주의 대출 한도를 늘리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담대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 완화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전날 대출 취급분부터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35년에서 4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상 상품은 하나혼합금리모기지론, 하나변동금리모기지론, 하나아파트론, 하나원큐아파트론 등이다. 기존에는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만 40년 만기로 빌릴 수 있었지만 비정책 상품으로까지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시중은행에서 만기를 늘린 것은 하나은행이 처음이다. 앞서 부산은행은 대구은행은 각각 지난 2월과 3월에 40년 주담대를 출시했다. 지난해 7월에는 주택금융공사가 적격대출·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으로 처음 40년 주담대를 선보였다.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도 주담대 최장 대출기간을 40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전 금융권으로의 대출 만기 연장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타 은행보다 만기가 짧으면 여신사업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주담대 만기 확대는 차주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DSR이란 원리금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만기가 길수록 DSR은 낮아진다. 만기가 늘어나면 연간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 액수도 줄기 때문에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완화되는 것이다.

서울 잠실 롯데타워에서 바라온 잠실 인근 아파트 전경.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 잠실 롯데타워에서 바라온 잠실 인근 아파트 전경. 사진=서울와이어 DB

◆상환 길어지는 만큼 대출기간 전체 이자부담 커져

중간소득 이하인 차주일수록 이로 인한 한도 증액 효과는 더 크다. 고소득자는 DSR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영향을 많이 받아 최대 한도가 늘어나면 그만큼 무리 없이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소득이 낮을 경우 DSR 규제에 가로막혀 돈 빌리기가 어려웠는데, 원리금 상환 액수가 줄면 그만큼 한도가 늘어나게 된다. 

한 예로, 연봉이 4500만원인 차주가 조정대상지역에서 7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연 4%의 금리로 주담대를 신청한다면 만기가 35년일 경우 최대 3억3800만원(원리금균등상환)까지 빌릴 수 있다. 반면 만기가 40년이라면 LTV 한도(조정지역 50%)만큼인 3억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다. 

또 만기가 늘어나면 같은 금액을 빌려도 연간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든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에 대비해 시중은행 주담대의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다만 만기가 길어질수록 은행에 내야 할 총 이자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만기를 길게 설정하는 것이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 은행들의 40년 주담대는 혼합형 금리 또는 변동금리 상품으로, 혼합형 금리 대출은 5년간 고정금리 뒤 만기까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주담대 만기가 40년으로 늘어나 연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도, 앞으로 기준금리가 얼마나 오르냐에 따라 차주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최근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7%대까지 치솟은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환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대출기간 전체의 이자부담액은 커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DSR에 여유가 있다면 금리가 오를 경우를 대비해 만기를 짧게 운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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