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 경영수업부터 20년간의 실무경험 갖춰
공격적 경영 행보, 시대변화 맞춰 사업구조 변신
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은 넘어야 할 산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의 합병을 추진한다. 투자자사이에선 김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를 고평가 하면서 대주주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제시한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진다. 사진=동원그룹 제공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의 합병을 추진한다. 투자자사이에선 김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를 고평가 하면서 대주주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제시한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진다. 사진=동원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동원그룹 내 인수합병(M&A)이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동원참치’로 익숙한 동원산업과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비율이 대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사실상 대주주를 위한 일방적인 ‘퍼주기’라는 비난마저 나온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그동안 공격적인 경영으로 여러 산업군의 기업들을 인수하며, 참치 전문기업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변신을 이끌었다. 그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7일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과 합병을 추진하기 위한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로 지난해 말 기준 김 부회장이 68.27%,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24.50% 등 총수 일가가 지분 99.56%를 보유한 비상장 회사다.

동원산업 측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함으로써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경영의 효율성 제고를 실현하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 부회장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고객과의 소통 방식, 일하는 방식과 업무 절차, 나아가 사업의 구조까지 전반적으로 혁신해 경영의 격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이 신년사에서 밝힌 혁신 경영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96년 동원산업 생산직으로 입사한 김 부회장은 현장 경험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13년 아버지 김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아 부회장으로서 그룹 전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현장부터 기업 총수가 되기까지 20년간 회사 실무를 맡아왔다. 부회장 취임 이후부터는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였다. 2014년 필름·판지 제조사 ‘한진피앤씨’ 인수를 해낸 그는 같은 해 10월 음료수 포장재 생산업체 ‘테크팩솔루션(옛 두산테크팩)’을 인수했다.

2016년 스타트업체였던 가정대용식(HMR) 유통업체 ‘더반찬’과 ‘동부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며 온라인과 물류의 시너지도 예견했다. 그가 경영권을 맡게 된 이후 동원그룹이 인수 합병한 기업만 9곳에 달한다.

사업구조 개편의 기본 틀을 마련한 김 부회장은 곧바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 일원으로 동원몰‧더반찬‧금천미트 등을 동원홈푸드 온라인사업부로 통합하며 온라인 중심의 유통환경 구축에 나섰다. 이번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 합병은 지배구조 단순화 및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직개편의 연장선이다.

이 와중에 합병비율의 편파성으로 잡음이 들끓는다. 존속법인인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지분 62.72% 보유했고, 소액주주는 총발행주식 수의 20.6%를 보유한 상장사다.

공시에 따르면 합병비율은 동원산업 대 동원엔터프라이즈가 1대 3.8385530로 산정됐다. 동원그룹 의뢰로 평가를 담당한 안진회계법인은 증시에 상장된 동원산업 기업가치를 약 9156억원(산술평균주가 24만8961원 적용)으로, 비상장 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약 2조2346억원(주당 19만1130원 적용)으로 평가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본시장법에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에는 자산가치로 (합병가액을) 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주주에게 굳이 불리한 더 낮은 기준시가를 합병가액으로 정한 데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동원엔터프라이즈에 대한 고평가도 문제다. 최 연구원은 “지난해 말 별도기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영업이익은 각각 717억원, 481억원으로 차이가 있는 데다 현금창출능력(EBITDA)의 경우 동원산업(1548억원)과 동원엔터프라이즈(511억원)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며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9155억원,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수익가치를 2조2300억원으로 산정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대주주 일가의 지분이 높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를 높게, 동원산업의 가치는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한 셈이다. 이에 대해 동원그룹측은 적법한 산출과정을 거쳤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투자자들은 ‘주주에게 매우 불리한 합병을 결의해서는 안 된다’ 며 들고 일어났다. 지난 20일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한국거래소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경제개혁연대가 동원그룹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합병가액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시대변화에 맞춘 공격적 행보로 지금의 동원그룹을 일군 김 부회장으로선 또 한번 넘어야 할 산에 직면했다. 김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경영의 격’을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