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범 금융부 기자
최석범 금융부 기자

[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한국에 보험산업이 뿌리내린 지 100년이 됩니다. 긴 역사만큼 한국 경제와 사회에 기여한 부분도 많습니다. 알리고 기념해야 할 게 수두룩한데 박물관 하나 없습니다. 사비를 털어서라도 만들고 싶은 심정입니다."

최근 보험업계 한 관계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보험산업이 한국에 뿌리내리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해왔는데, 이를 알리고 기념할 공간 하나 없는 게 아쉽다는 푸념이었다.

보험산업이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린 건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인 1922년 10월 메리츠화재의 전신인 조선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가 국내 1호 보험사로 처음 문을 열었다.

조선화재해상보험을 시작으로 국내 자본의 보험회사 설립이 이어졌다. 1946년 9월 국내 최초의 생명보험사 대한생명(한화생명의 전신)이 설립됐고, 1952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한국안보화재해상보험이 영업을 시작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험산업은 국내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경제개발 시대인 1960~1970년대 보험회사는 저축보험 판매로 확보한 보험료를 국내 경제발전의 자금으로 제공했다.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고 국가를 재건할 때, 보험회사의 적립금이 사용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1980년대 들어서는 각종 산업발전의 안전판 역할을 도맡았다. 건설업, 해운업 등 각종 산업은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발전할 수 있다. 보험회사는 위험을 인수했고 국내 기업들은 마음놓고 산업을 일으킬 수 있었다.

경력단절로 취업이 어려운 중장년 여성을 경제활동의 주체로 만든 것도 보험회사다. 모든 산업을 통틀어 보험산업 만큼 중장년 여성에게 경제활동의 기회를 제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보험산업은 국가와 사회 발전에 순기능을 했지만, 정작 보험산업 종사자는 잘 모르는 듯하다. 이 같은 역사를 정리하고 기념하는 노력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같은 금융권에 속하는 은행은 개별적으로 박물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역사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같은 금융권에 속하지만 행보는 정반대다.

올해는 국내 1호 보험회사가 설립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긴 역사에 비해 작은 박물관 하나 없는 게 보험산업의 현실이다. 사비를 털어서라도 보험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종사자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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