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광장 고문 / 전 금감원 부원장 조영제
법무법인 광장 고문 / 전 금감원 부원장 조영제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포감이 밀려온다. 지난 4일 제롬 파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향후 2회 이상 빅스텝(0.50%)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자이언트스텝(0.75%)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증시는 반짝 랠리를 보였으나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극도로 얼어붙었다.

홍콩, 일본, 중국 증시도 하락세를 이어갔고,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도 연일 하락하며 급기야 2600선이 무너졌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외환시장이 개방되어 대외변수에 민감한 우리 외환시장도 원/달러 환율이 연일 오름세를 보이며 달러당 1270원대를 훌쩍 넘어섰고, 환차손의 위협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증시를 떠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대봉쇄로 인한 국제원자재값 상승은 급기야 우리나라 무역수지를 적자로 돌아서게 했고, 국내 물가의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한 금리 인상은 서민들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소비여력을 감퇴시키고 있고, 이에 따른 경기둔화로 인해 기업들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당분간 우리 경제는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로 인한 민간소비의 위축과 기업들의 영업환경 악화에 시달릴 것이다. 앞으로 미국의 긴축속도가 빨라지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대규모 봉쇄가 장기화된다면 국제적으로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지면서 그동안 국가간에 상호의존적 분업관계를 형성해왔던 국제무역질서는 자국우선주의로 바뀌면서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금융시장에서 미 연준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가 잠시 올랐다가 다음날 곧바로 급락세로 돌아선 것을 보면 시장은 연준이 그동안의 뒷북행보로 인한 통화정책 실패 때문에 신뢰를 상실한 양치기 소년이 된 것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급기야 래리 섬머스 등 미국의 유력 경제학자들이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경고하는 등 시장은 지금 극도의 불안에 떨고 있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두려워한다. 기업의 현재가치보다 미래가치에 더 민감하다. 미래가 불확실하기에 주가는 부정적으로 반응해왔다. 게다가 한국은 지금 외환시장 불안까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앞으로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환율 상승세 때문에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증시를 속절없이 떠나고 있다. 반면에 작년까지 증시의 신기루를 쫓았던 개미투자자들은 하염없이 무너지는 주가 앞에서 망연자실하며 짙게 깔린 어둠 속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금융환경 하에서 암흑기를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미 가계부채 규모가 GDP의 100%를 넘어섰고, 순가처분자산 대비 200%를 넘어선 상황에서 고금리와 고물가는 빚에 눌린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다. 그리고 지속되는 고환율은 외국인투자자금의 지속적인 이탈을 불러오고 원자재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취해야 할 대책들을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리해 본다.

첫째, 고금리에 대한 대책으로 서민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예대금리차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가산금리의 적정 여부를 상시 점검하여 금리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금융회사도 배당자제나 경비절감 등을 통해 금리인상에 따른 고통을 분담토록 하고 서민들이 고금리 상황에서 견딜 수 있도록 변동금리부 대출을 고정금리 방식으로 바꾸거나 다양한 손실헷지형 상품을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키우기 위해 기업들이 끊임없는 혁신으로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생산성을 높여 고용 및 소득 증대에 기여하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고환율에 대한 대책으로 투기성 핫머니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외환시장에서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한미통화스왑을 조속히 복원시키며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지 않도록 금융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금기시됐던 원화의 국제화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원화가 세계 10대 무역강국으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국제적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게 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통화거래를 통한 환율의 자율조정기능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고물가에 대한 대책으로 한은의 적절한 금리인상을 통한 인플레이션 억제 외에 해외로부터의 물가상승 압력요인인 국제원자재값 상승과 원자재 구입난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 자원외교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공공요금 인상시기를 적의 조절하며, 수입의존도가 큰 에너지 수입을 대체하기 위해 추가적인 원전 건설 및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등을 추진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추가로 물가상승을 자극하는 담합행위, 사재기 등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새로 출범한 정부는 난국을 맞이해 국민들에게 실상을 솔직히 알려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이 적기일 것이다. 먼저 국민의 이해를 구한 다음 우리 경제의 곪은 부분들을 과감히 도려내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생산성과 성장성이 높은 쪽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통스럽더라도 전 정권에서 외면했던 기업구조조정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내몰릴 실업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전직훈련 등 각종 국가적 서비스를 총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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