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 80% 이상 급락해, 스테이블 코인 위치 흔들
권 CEO, 테라 담보 15억달러 구제금융 조달 나서

테라USD와 루나 폭락 사태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가운데 두 코인을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사진=테라 홈페이지
테라USD와 루나 폭락 사태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가운데 두 코인을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사진=테라 홈페이지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한국산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와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 루나 폭락 사태의 여파가 크다. 이와 관련해 두 코인을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관심도 높다.

14일 세계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루나의 상장폐지를 공지했다. 이날 국내 거래소에서 코팍스가 처음 상장폐지를 결정했고, 업비트 역시 거래지원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UST와 루나는 일주일 사이 각각 85%, 99% 폭락했다. 

이번 사태는 인플레이션 우려 확대로 글로벌 금융투자시장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루나와 UST의 폭락이 트리거 역할을 했다. 스테이블 코인 UST는 1테라가 1달러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 9일 처음으로 UST 1달러선이 깨졌다. UST 약세가 루나 하락으로 이어지고, 루나 하락은 다시 UST 가격 급락을 이끄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UST가 1달러 밑으로 추락하자 권 CEO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대량으로 찍어냈다. 루나로 UST를 사들여 유통량을 줄이고, 가격을 올리기 위함이다. 정작 루나의 발행량이 급증하자 두 코인의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이른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이 나타났다.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점”이라며 “디지털자산 시장을 넘어 테라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준비 중인 테라 생태계 여러 기업들도 고민이 커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컴투스의 웹3.0 게임 플랫폼인 C2X가 최근 문제가 된 테라 메인넷을 포기하기로 했다. 테라 생태계의 중요한 축이었던 컴투스가 생태계를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탈테라’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악화하자 권 CEO는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UST를 담보로 15억달러 구제금융 조달에 나섰다. 하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테라폼랩스가 디지털자산 업계의 여러 기업과 접촉했으나 자금 조달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권 CEO가 사면초가에 몰린 가운데 그의 과거 행적과 트위터 발언을 들추며 비판하는 외신 보도도 잇따랐다. 코인데스크는 권 CEO가 과거 실패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인 베이시스 캐시를 익명으로 공동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해 7월 영국의 한 경제학자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모델의 실패 가능성을 지적하자 권 CEO는 “난 가난한 사람과 토론하지 않는다”고 조롱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전했다.

데이비드 모리스 코인데스크 수석 칼럼니스트는 “권 CEO는 디지털자산의 엘리자베스 홈스”라며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둘러싼 소송과 형사 고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모리스는 “권 CEO가 루나의 근본 구조에 대한 비판에 ‘바퀴벌레’, ‘바보’라고 대응한 적이 있다”며 “그는 함선에 구멍을 낸 뒤 침몰하는 배의 구멍에 쏟아부을 자본을 찾고자 했다”고 비판했다.

가격 폭락으로 뱅크런(예금자들이 예금인출을 위해 몰려드는 현상)이 발생하자 권 CEO는 트위터를 통해 “지난 72시간이 여러분 모두에게 매우 힘들었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고,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만 30살인 권 CEO는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불리며 전 세계 디지털자산 시장의 거물로 통했다. 올해만 무려 15억달러(약 1조93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것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그를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인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권 CEO는 대원외고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실리콘 밸리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2015년에 애니파이(와이파이 공유서비스)를 창업했다. 이후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손잡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결제시스템을 다양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제공하는 글로벌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권 CEO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게시판에선 “이쯤 되면 본인뿐 아니라 가족, 친척들도 위험할 듯”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권 CEO 집에 신원 미상의 남성이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고 달아난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선 상황이다. 이 남성은 권 CEO가 사는 아파트의 공용 현관을 무단으로 침입해 집 초인종을 누르고 도주한 혐의(주거침입)를 받는다.

당시 용의자는 집에 있던 권 대표 배우자에게 “남편이 집에 있나”라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경찰은 권 대표의 배우자를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대상자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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