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현대맨', 선택과 집중으로 적자 늪 빠진 현대로템 구원
올 1분기에도 호실적 거두며 취임이후 9분기 연속 흑자행진
수소사업으로 도약할 계획, 첫 3년 연임 CEO 될지 관심 집중

재무통으로 불리는 이용배 사장이 수익성 위주 사업관리 능력으로 현대로템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현대로템 제공
재무통으로 불리는 이용배 사장이 수익성 위주 사업관리 능력으로 현대로템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현대로템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이용배 사장이 적자늪에 빠졌던 현대로템을 살려냈다. 현대차증권에서 키운 재무능력이 큰 도움이 됐다. 이 사장은 수익성 위주 경영방침으로 리스크를 낮췄고 2019년 적자였던 현대로템의 영업이익을 취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올 1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두며 취임 이후 9분기 연속 흑자 달성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생존과 지속성장을 강조한 이 사장은 친환경에너지부문 등 수소관련 신사업확대에 속도를 낸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수익 창출을 위해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하는 과감한 도전을 선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지휘하는 현대로템이 앞으로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5년 현대맨, '재무통'으로 성장

이 사장은 1961년생으로 영락상업고등학교와 전주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에 입사해 경리과에서 업무를 수행했고 2005년 12월 현대자동차 이사대우로 승진하며 회계관리실장과 경영관리실장을 겸임했다.

이 사장은 현대위아 기획·경영지원 담당 부사장을 거쳐 2015년부터 HMC투자증권(현 현대차증권) 영업총괄 부사장 역할을 맡아 업무를 수행했다. 2017년에는 대표이사 자리에서 업무를 총괄했다. 35년간 현대를 위해 일해온 그는 2020년 현대로템 대표이사 자리에 옮겼다.

‘현대맨’ 이 사장은 그룹 내에서도 인정받는 재무전문가로 평가된다. 그는 HMC투자증권 대표이사로 3년 동안 재직할 당시 눈에 띄는 실적 성장을 이끄는 솜씨를 발휘했다. 2016년 HMC투자증권 영업이익은 528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사장이 선임된 2018년에는 6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시 역대 최대치다.

또한 이듬해 상반기에는 695억원 영업이익이라는 호실적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84.8% 증가한 규모다. 순이익(507억원)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HMC투자증권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재무관리 능력이 회사의 성적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오랫동안 수익성 노하우를 쌓은 이 사장은 ‘재무통’이라는 별명이 붙는 등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후 이 사장에게 또 한 번의 도전이 다가왔다. 상황이 녹록치 않았던 현대로템이 이 사장을 부른 것이다.

현대로템은 2015년 해외 철도 수주에 적극 나선 미국·중국·일본 등에 치여 실적 부진에 빠졌다. 이후 2016년엔 과장급 이상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비용을 털어내며 반등을 꾀했으나 2019년까지 실적 하락세를 이어갔다. 2018년에는 1962억원, 2019년 279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늪에 빠졌다. 특히 주력부문인 철도에서 2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하면서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했다.

현대로템은 이 사장이 회사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선임 즉시 주요 임원들과 경영쇄신을 위한 비상경영 선포식을 열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당시 이 사장은 “회사 업무 프로세스를 선행관리 위주 선순환구조로 변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며 “수익성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등 강도 높은 내실경영을 추진해 지속경영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조직 구성을 기존 38개 실에서 28개로 축소하고 임원 수를 20% 줄이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아울러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하고 관리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해 수익성을 극대화시켰다. 또 직접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해 분야별 대책을 수립하고 상시점검을 통해 조직체질을 개선했다.

결국 이 사장은 취임 이후 9분기 연속 흑자라는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로템이 영업이익은 2020년 821억원, 2021년 8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9%, 2.8% 상승한 수치다. 올 1분기에는 23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이 사장은 수소 관련 미래먹거리 사업을 육성해 현대로템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사진=현대로템 제공
이 사장은 수소 관련 미래먹거리사업을 육성해 현대로템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사진=현대로템 제공

◆5대 핵심과제 실현, 신사업 육성

성과 높은 재무관리 능력을 보여준 이 사장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그는 5대 핵심과제 실현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 지위를 공고히하고 도약을 위한 중장기전략을 실현할 계획이다. 이 사장이 강조한 경영방침은 ▲저가수주 근절 ▲설계변경 방지 ▲자재결품 최소화 ▲생산효율 극대화 ▲일정준수 강화 등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저가수주 근절과 생산효율, 일정준수 등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했으나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공급망 리스크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설계변경 방지·자재결품 최소화 등 분야에서 보다 속도감 있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수소 에너지사업을 통해 호실적을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에코플랜트부문을 활용해 수소공장 설비·수소 충전소 등 인프라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추출·포집설비·운송·수소트램 등 전 분야에 걸쳐 사업을 추진한다.

현대로템은 주력 사업인 철도 부분에서 수소전기열차 수요에 대응해 수소전기트램 개발을 진행한다. 수소전기트램은 수소연료전지와 전기배터리 조합의 혼합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공해를 유발하지 않고 공기정화 기능을 통해 도심 공기 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사장은 정부의 행보에 발맞춰 신사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30년 제로탄소를 현실화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660기를 구축하는 등 저탄소시대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펼칠 전망이다. 이에 이 사장은 수익성을 고려해 수소 신사업 육성에 힘을 쏟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소인프라 구축은 미래먹거리 사업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이미 탁월한 재무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이 사장이 선택한만큼 수소사업이라는 또 다른 부문에서 수익성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이 사장은 국내 첫 바이오가스 활용 수소생산설비 납품에 나서는 등 수소사업을 본격화했다.

특히 수소 충전 핵심 인프라로 천연가스 수소를 추출하는 장치인 ‘수소리포머’ 생산공장을 의왕연구소 내 구축했다. 내년에는 현대로템이 총괄하는 첫 수소전기트램이 울산에서 운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이 사장은 수소충전설비와 수소리포머를 공급해 올해 1100억원, 2025년까지 3500억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으로도 이 사장은 신사업을 활용해 수익성을 창출할 전망이다.

이 사장은 “수소사업은 그룹·사업본부간 협업 강화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국내시장을 선점하겠다”며 “생산성 관리 효율성을 높여 글로벌경제 침체에 대응하겠다. 특히 수소 등 지속가능분야로 신속한 전환을 추진해 새롭게 도약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껏 현대로템 내에서 3년 임기를 채우고 연임한 최고경영자(CEO)는 없다. 과연 미래먹거리를 육성하는 이 사장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현재까지 달성한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최초 3년 연임 CEO로 거듭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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