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에 늘어난 유동성, 빚투로
대출 의존해 연명해 온 자영업자들
금리인상기, 대출 부실화 대비해야
충당금 적립, 외화 건전성 개선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전통적인 산업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고, 경제 전 영역에서의 디지털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코로나19 등장 후 3년.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서울와이어는 2022년 창간 7주년을 맞아 팬데믹이 바꾼 변화를 살펴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응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영업자는 영업 제한과 경기 부진 등으로 매출이 줄면서 대출에 의존해 연명해 왔다. 사진=서울와이어DB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영업자는 영업 제한과 경기 부진 등으로 매출이 줄면서 대출에 의존해 연명해 왔다.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금융시장 전반에 직격탄을 날렸다. 재빨리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신속한 금융지원으로 경제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은 막았지만, 늘어난 유동성은 부동산, 자산시장 등으로 쏠렸다. 개인투자자들은 낮은 이자를 바탕으로 빚을 내 투자에 나섰다.

자영업자는 영업 제한과 경기 부진 등으로 매출이 줄면서 대출에 의존해 연명해 왔고, 잠재 부실 규모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부실 가능성이 증가한 가운데 주요국의 환율 변동성이 커져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도 눈에 띄게 악화됐다.

2년 만에 일상회복이 시작됐다. 디지털화의 가속화에 발맞춘 금융 언택트도 좋지만,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경제적 타격을 정상화할 금융 안정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생긴 각종 금융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차근차근 되짚어 볼 시점이다.

◆가계대출 규제 기존 방향성 유지해야 

한국은행은 코로나19 발생 직후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제로금리 수준까지 낮췄다. 늘어난 유동성은 부동산, 자산시장 등으로 쏠리며 가계대출이 두자릿수 증가세를 지속했고, 부동산 시장은 과열조짐을 보이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 평균이 12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던 가계대출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단계적 DSR 규제 조기적용, 은행권의 강화된 대출태도 등으로 인해 지난해 말에서야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부터 총 대출금이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 대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DSR 규제 2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총 대출금이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로 대상이 확대된다.

당초 새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와 함께 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를 더 낮추기 위해 DSR 규제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언급된 만큼 기존 방향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실제 강도 높은 DSR 규제로 인한 가계대출 억제 효과가 뚜렷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0년 3분기~지난해 3분기) 취급된 신규대출 대상으로 차입한도 축소 효과를 적용한 결과, 2·3단계의 차주단위 DSR 규제 강화는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을 3~4%포인트 정도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오는 9월 금융지원이 종료될 경우 대출 상환과 필수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 적자 가구는 78만 가구에서 90만 가구로 늘어난다. 사진=서울와이어DB
오는 9월 금융지원이 종료될 경우 대출 상환과 필수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 적자 가구는 78만 가구에서 90만 가구로 늘어난다. 사진=서울와이어DB

◆자영업자·소상공인 연착륙 방안 마련

오는 9월 종료 예정인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에 대비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연착륙 방안 마련도 중요하다. 현재 금융권의 건전성 지표는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에 대한 잠재 부실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양호하게 보여지는 것은 ‘착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지원이 종료될 경우 대출 상환과 필수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 적자 가구는 78만 가구에서 90만 가구로 늘어난다. 미국발 금리 인상과 함께 최근 선진국 경기둔화, 국내경제 하방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충당금을 더 쌓아 부실대출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금리인상 국면에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세심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대출 부실화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검토하던 '배드뱅크' 설립은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대신 정부는 채무조정기금을 조성과 함께 제2 금융권→은행 대환대출 보증을 신설하는 등 맞춤형 금융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소상공인 채무를 감면하는 기금 설립과 함께 소액 채무 원금 감면 폭을 현행 70%에서 90%까지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충당금 등 금융사도 리스크 관리 나서야 

전세계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발맞춰 금융회사들도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추고 스스로 리스크 관리 노력에 나서야 한다. 외화를 적정하게 보유하고 있는지도 수시로 파악해 향후 변동성이 큰 환율 금리 등의 시장리스크 요인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손충당금 적립은 은행 입장에서도 금리 변동에 따른 연체율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다. 

금융감독원 규제를 유연화하는 방안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자본 적정성 규제 유연화 조치로는 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 있다. 유동성 규제 유연화 조치는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 비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하향 조정하는 식이다.

자산건전성 규제 유연화 조치로는 만기연장, 상환유예 대출, 대손충당금 추가 인식에 대한 건전성 분류를 하향시키지 말고 유지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소중하게 되찾은 일상인 만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일상회복을 위해 나아갈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정확하면서도 세심한 방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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