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리상승으로 채권평가익 '뚝' RBC비율 동반하락
업계, 예보기금 보단 LAT 기준 개선 현실적 한 목소리

기업인 89%가 디지털 감사(Digital Audit)가 횡령·부정 적발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최근 잇따른 금리상승으로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금융당국이 예금보험공사의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예보기금을 활용해 부실이 우려되는 보험회사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해왔다.

금융위가 예보기금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이 자리잡고 있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해 지급할 수 있는 자본이 있는지 측정한 지표다.

올 1분기 보험회사의 RBC비율은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사별 올 1분기 RBC비율을 보면 DGB생명이 작년 말 대비 139.1% 포인트 감소한 84.5%로 나타났다.

한화손해보험은 작년 말 대비 54.1% 포인트 빠진 122.8%, 흥국화재는 작년 말 대비 8.72% 포인트 줄어든 146.5%로 각각 나타났다. 농협생명은 전년 말보다 79% 포인트 하락한 131.5%로 집계됐다.

이들 회사의 RBC비율이 하락한 이유는 매도가능채권의 회계상 평가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농협생명은 최근 2년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채권을 재분류하고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했다.

하지만 최근 기준금리가 계속해서 인상됐고, 채권평가익이 감소했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매도가능자산에 채권을 담으면 채권평가이익이 발생해 RBC비율이 상승하지만, 반대로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한다. 매도가능채권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할 경우, RBC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올 2분기 이후 추가금리 인상이 예상돼 상황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나온다는 점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를 0.5%p(50bp)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일반적으로 장기 국공채 금리가 10bp 오르면 RBC비율은 1~5%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1월 말 2.586%였지만, 이달 16일 3.277%로 69.1bp(1bp=0.01%)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예보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 배경에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예보기금을 활용하기 보다는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의 기준을 보완해 RBC비율 개선을 모색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인상으로 LAT 잉여금이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40~60% 정도를 가용자본으로 인정하자는 얘기다.

더욱이 예보기금은 금융회사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한이 크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예금기금을 활용하는 방안 보다는 LAT 기준을 변경해서 보험회사의 잉여금을 올려주는 게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인다. 금리상승에 따른 책임준비금 잉여분을 보험회사가 가용자본으로 인정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