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명가였으나 돌이킬 수 없는 손실 입어
지난해 이어 올해도 20% 이상 마이너스 기록
개인들, 게임스탑 매수로 세력 몰아내는데 성공

일명 '로빈후더'로 불리는 미국판 동학개미들이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단순히 손해를 끼치는데 떠나 아예 회사 하나의 문을 닫게 만든 상황이다. 사진=픽사베이
일명 '로빈후더'로 불리는 미국판 동학개미들이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단순히 손해를 끼치는데 떠나 아예 회사 하나의 문을 닫게 만든 상황이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유호석 기자] 미국판 동학개미가 공매도 헤지펀드를 무너트렸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멜빈 캐피털(Melvin Capital)이 펀드를 폐쇄하고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게이브 플롯킨 멜빈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17개월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제 외부 자금 관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게임스탑 사태로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입은데다, 올해 하락장까지 찾아온 영향으로 버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멜빈 캐피털은 플롯킨이 2014년 설립했다. 월가에서 적극적 공매도를 펼치며 설립 직후부터 2020년까지 매년 평균 30%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공매도계의 신성’으로 잘 나가던 멜빈 캐피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공매도다.

이 회사는 지난해 발생한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의 주역이다. 멜빈 캐피털은 지난해 1월 게임스탑의 사업 전망이 비관적이라 판단하고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

게임스탑은 1984년 설립된 오프라인 게임 유통사다. 콘솔기기와 콘솔·PC게임, 주변기기 등을 취급한다. 게임과 관련된 물품을 거의 다 취급하고, 중고게임 거래도 가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상황이 겹치면서 전망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미 인터넷과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ESD)이 대세로 떠오르기도 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한 유저의 글 때문이다. 게임스탑을 가치투자 차원에서 꾸준히 사모으던 한 유저가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WSB)에 “공매도 기관이 숏 스퀴즈(Short Squeeze)로 괴멸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후 토론이 진행되며 투자자들이 결집했고, 이들은 게임스탑 주식과 콜옵션을 집단 매수해 주가를 폭등시켰다.

숏 스퀴즈는 공매도를 한 투자자가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미래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이는 해당 주식의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

결국 개인들의 집결된 매수로 게임스탑 공매도를 점쳤던 공매도 세력들이 큰 손실을 봤다. 그 중 하나가 멜빈 캐피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게임스탑 주가 폭등으로 인해 68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이후 시타델 등으로부터 자금을 수혈 받아 다른 투자를 통해 손실을 메웠으나 지난해 손실률은 39.3%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성장주 주가가 급락했다. 업계에 따르면 멜빈 캐피털은 4월까지 23%의 추가 손실을 냈다. 아직까지는 78억달러(지난달 말 기준)의 자금을 가지고 있었으나, 한차례 무너진 뒤로 이어지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청산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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