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 최상단에서 미래성장전략 가속화
애자일 강조 등 신사업 추진 실행력 높여
대형 '빅딜' 단행… 그룹 성장 원동력 심어

구자은 LS그룹 회장. 사진=LS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사원부터 시작해 그룹의 정점에 섰다. 취임 반년이 안된 새내기 회장은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사업을 주축으로 미래사업과 균형있는 성장을 강조한다. 전기차와 반도체 소재 등을 새로운 무기 삼아 그룹 성장을 가속할 계획이다. 

◆사원부터 쌓은 사업능력으로 LS엠트론 부진 극복

구 회장은 1964년생으로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구인회 LG 창업주의 조카다. 서울 출신인 그는 홍익대학교 부속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베네딕트대에서 경영학과를 전공했다. 

이후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구 회장은 LS그룹 오너가 중에서도 출발부터 남달랐다. 1990년 GS칼텍스 전신인 LG정유의 사원으로 입사하며 독특한 행보를 보였다.

1999년 LG전자로 자리를 옮긴 후 주로 해외에서 근무했다. 해외사업과 현장 경험을 익힌 그는 오너가 전통 경영수업 방식에 따라 LS전선 중국지역담당 상무, LS니꼬동제련 영업담당 전무, LS전선 최고경영자(CEO)를 두루 거쳤다. 

그는 2013~2014년 LS전선 대표이사에 오른 후 해저케이블과 초고압케이블 등 신사업 분야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고, 해외 일감 수주를 따내는 사업적 역량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사업 성과를 토대로 그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동시에 LS엠트론 사업부문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LS엠트론은 그룹의 산업기계와 첨단부품 계열사다. 구 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시점은 이때부터로 2015년 1월부터 LS엠트론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고,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다. 

2018년에는 처음 LS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같은 해 11월에 LS엠트론 회장 승진과 지주회사인 LS 미래혁신추진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LS엠트론은 2018년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구 회장은 첫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회사는 2018년 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19년과 2020년도 각각 805억원과 77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그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고, 전기차 배터리 주요 부품인 동박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주력사업인 트랙터사업에 전념했다. 

그 결과 LS엠트론은 적자의 늪에서 탈출했다. LS엠트론은 2020년 1~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 7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하는 등 화려하게 부활했다. LS엠트론은 그룹 내 아픈손가락으로 꼽혔던 만큼 그룹에서는 구 회장의 경영 능력을 인정했다.

구 회장은 미래추진혁신단장으로서 그룹의 디지털 전환과 미래 성장동력사업 발굴과 육성에 힘써왔다. 그룹은 그를 차기 총수로 거론했다. 현 무역협회 회장이자 2대 LS그룹 총수를 지낸 구자열 회장은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했다.

구 회장이 지난달 21일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이 위치한 강원도 동해항을 찾아 현장 관계자들의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LS그룹 제공
구 회장이 지난달 21일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이 위치한 강원도 동해항을 찾아 현장 관계자들의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LS그룹 제공

◆그룹 정점 구 회장, '양손잡이' 경영으로 신사업 속도

사원부터 시작한 구 회장은 올해 1월 공식적으로 LS그룹 3대 회장에 올랐다. 취임식에서 그는 "전임 회장들이 이룬 업적을 계승 발전하고 임직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LS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실현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구 회장은 ‘양손잡이’ 경영을 내세웠다. 양손잡이 경영은 주력사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공고히 하면서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기술을 균형 있게 준비한다는 의미로 구 회장의 경영방침이다.

그는 탄소중립 목표에 따른 에너지전환이 결국 전기화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구 회장은 이를 기회로 인식하고 전기차 부품 사업 등에 뛰어들었다. 동시에 직원들에게 애자일(agile)을 중점 강조했다.

애자일은 ‘날렵한’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유연한 소프트웨어 개발 기법을 의미한다. 신사업 추진에 있어 민첩하게 움직여 단기간 내 안정적 사업 기반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경영수업 과정에서 사무실에 있는 것보다 현장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구 회장은 현장을 한 번이라도 더 찾는 것이 사업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구자열 전 LS그룹 회장 모습과 닮았다. 구자열 회장의 경우 일본과 중국 등을 넘나들며 고객사를 직접 만나는 등 현장 경영을 추구했다. 

그는 이 같은 경영 방식을 계승해 취임 후 첫 현장 활동으로 지난달 21일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이 위치한 강원도 동해항에서 열린 해저 전력케이블 포설선 ‘GL2030’ 취항식에 참석했다.

취임 4개월 만에 이뤄진 현장 방문으로 그는 현장에서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기업 도약 포부를 밝혔다. 또한 구 회장은 이달 9일 군포시 당정동 LS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LS EV코리아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그가 보여왔던 현장경영을 통해 LS그룹 내 미래 먹거리도 윤곽을 드러냈다. 

구 회장은 지난 9일 군포시 당정동 LS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LS EV코리아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미래 먹거리 육성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사진=LS그룹 제공
구 회장은 지난 9일 군포시 당정동 LS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LS EV코리아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미래 먹거리 육성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사진=LS그룹 제공

◆‘현장경영’ 나서 디지털 혁신 등 성장 가속페달

그의 진두지휘로 LS그룹은 지난달 ‘EV 충전 인프라 구축과 운영 사업개발’을 위한 신규법인 ‘LS이링크’를 설립했다. E1과 공동 투자를 통해 설립된 법인은 그룹의 전기차 충전 분야 사업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구 회장의 회장 취임과 함께 그룹의 디지털 기업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그룹 미래를 위한 핵심 과제로 여긴다. 제조업분야의 디지털 혁신으로 고객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과 ‘친환경 산업 생태계 조성과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LS니꼬동제련도 2016년부터 생산 전 과정을 통신으로 연결해 공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비롯한 ODS(Onsan Digital Smelter) 도입을 추진 중이다. 

LS니꼬동제련은 전기동 생산량 세계 2위(단일 제련소 기준)로 국내 최대 비철금속소재 기업이다. 지난해 말 아시아 최초로 동 산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인증시스템으로 불리는 ‘카퍼마크(Copper Mark)’ 인증을 취득했다.

구 회장은 LS니꼬동제련이 보유한 온산제련소를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또한 그는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신사업 추진에 공격적으로 나선 상태로 임기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대형 ‘빅딜’을 단행했다. 

최근 구 회장은 동 제품을 사용하는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고려해 LS니꼬동제련 일본 컨소시엄이 보유한 49.9%의 지분 전량 매입을 결정했다. 일본금속 회사인 JX금속과 1999년 합작사를 설립한 후 23년 만으로 이사회 승인을 통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마무리했다.

특히 LS니꼬동제련은 그룹의 전기차 벨류체인 구축 퍼즐을 완성할 조각 중 하나로 꼽힌다. 사명은 양측의 모든 거래를 마친 후 변경될 예정으로 회사가 그룹 성장에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LS그룹 관계자는 “회사 성장전략으로 기업공개(IPO)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LS니꼬동제련을 구리, 금 등의 주력 제품뿐 아니라 이차전지·반도체 소재까지 생산하는 종합소재기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LS니꼬동제련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구 회장의 미래사업 육성 자금으로 활용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전기차시대 도래와 국내 탄소중립 목표 등에 따라 구 회장이 역점을 두는 사업도 이른 시일 내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의 승계 전례를 비춰봤을 때 구 회장은 최대 2030년까지 회장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는 현재 미래사업 기반 조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고, 취임 초부터 현장경영에 나서는 등 그룹의 활기를 불어 넣었다. 구 회장이 그룹 미래를 어떤 식으로 그려나갈지 기대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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