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빈 기자
고정빈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큰 화제는 둔촌주공재건축사업이다. 예정된 분양물량만 1만2032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시작됐던 갈등은 소송전으로 번졌고 결국 공사현장까지 멈추면서 분양을 기다리던 국민들만 피해보게 됐다.

현재 조합은 지난해 6월 이전 조합이 체결한 공사비로 발생한 증액분(5200억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비용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반면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적법한 계약으로 체결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양측의 입장은 이해된다. 5200억원이라는 금액이 결코 적지 않다. 현 조합은 자신들이 아닌 이전 조합이 체결한 계약이기 때문에 억울할 수 있다. 시공사업단도 기존 1만1106가구였던 세대수를 1만2032세대로 늘렸기 때문에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어진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고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시공사업단은 지난 19일부터 현장 타워크레인 철거까지 강행했다. 다음 달부터는 공사장 전역에 배치된 타워크레인 57대를 순차적으로 철수시킬 계획이다. 철거된 타워크레인을 재설치 땐 최장 6개월이 소요된다.

이에 둔촌주공사업은 미궁속으로 빠졌다. 언제 재개되고 언제 분양이 이뤄질지 아무도 모른다.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올 8월 예정된 입주일을 기다렸던 국민들은 발만 동동구르는 신세가 됐다.

이번 갈등으로 양측 모두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전망이다. 현재 둔촌주공 사업 공정률은 52%다. 절반 이상 지어졌다. 시공사업단이 투입한 공사비만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조합원들도 올 8월 만기가 도래하는 7000억원 사업비 대출을 갚아야 한다. 한명당 1억2000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이 빚을 갚지 못하면 사업권은 시공단으로 넘어간다.

과연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모르겠다. 시공사업단과 조합 모두 이미 엄청난 피해를 봤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간다. 특히 분양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둔촌주공뿐만 아니라 전국 건설현장 곳곳에서는 공사비를 두고 많은 싸움이 발생한다. 다만 지금처럼 전국민이 바라볼 만큼 큰 일로 번지는 것은 드물다.

이번 사건은 아이들이 치고박고 싸우는 단순한 주먹다짐이 아니다. 결코 쉽게 생각할 일도 아니고 양측 모두 이해가 안되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결국 감당하기 힘든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양측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고통받는다. 싸움은 결국 한 쪽이 완전히 망가지거나 한 쪽이 양보를 해야 끝난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실태조사에 나선 상태다. 어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어느 한쪽이 양보해야만 최악을 면할 수 있다. 물론 양보라는게 쉽지는 않다. 지금 이상황까지 와서 양보하는 건 더욱 어렵다. 다만 먼저 손을 내미는 만큼 상대도 조금 더 양보하려고 할 것이다.

대부분 사업은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없다. 한 걸음 물러서야 두 걸음 나아갈 수 있다. 이미 침체기에 빠진 서울 주택시장에 반전이 필요하다. 1만가구가 넘는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혼란의 중심이 되면 안된다. 국민 모두의 이목을 끄는 둔촌주공이 최선의 사례, 최고의 과거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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