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ㆍ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총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ㆍ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총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6.1 지방선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계파 간 공방이 가히 가관이다. 최소한의 텃밭만 겨우 챙긴 선거 참패의 원인이 상대에게 있다는 내부 총질이 이어지는 등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끔 하는 이전투구식 ‘막장드라마’가 생방송 되고 있어서다. 

선거가 끝난 후 주요 미디어의 헤드라인에는 연일 민주당 내 갈등을 다루는 뉴스가 도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이번 지방선거를 사욕 충족을 위해 이용한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후보가 선거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친문계 의원들의 주장이 주요 뉴스란을 채웠고, 곧바로 친명계에서는 특정 세력이 지난 대선 때부터 ‘이재명 죽이기’를 기획하고 있었다는 당혹스러운 주장까지 터져 나왔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주장대로라면 민주당 내부의 친문 세력은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를 이미 예상했다는 억측도 가능한데, 질 것을 예상한 선거에서 참패한 것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급기야 민주당 내부에서 분당을 운운하는 상황이 연출됐고, 이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는 경고성 발언도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진행 중인 친문계과 친명계의 갈등이 약 20개월 뒤로 다가온 2024년 총선의 공천권 때문이라는 나름대로 설득력 있어 보이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친문 진영에서 이재명 의원의 당권 장악을 우려해 사전에 ‘이재명 책임론’을 속칭 ‘박제’ 해둬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했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미리 받아 놓아 친문 세력이 공천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민주당 내 분쟁이 불과 5년 만에 급속도로 무너진 당내의 처절한 생존 경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는 이해는 간다. 하지만 현시점의 행보가 ‘공생’이 아닌 ‘공멸’을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필자만의 기우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무엇보다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선거 참패를 인정하고 책임지려는 자성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반쯤 찌그러진 밥그릇 싸움에 집중하면서 심지어 경기도지사 자리를 사수한 것이 자신들의 공이라며 아직 희망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정신승리’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해하기까지 하다.

민주당과는 반대로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은 예상보다 많은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하고도 축제 분위기 자제하며 경제위기 속 민생 챙기기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반지지 세력에서는 의도된 연출이라며 애써 평가 절하할 수도 있겠지만, 민심을 먼저 챙기겠다는 정치권에 맹목적인 비난을 쏟아낼 이가 얼마나 많을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심지어 민주당은 본인들을 열렬히 지지했던 지지자들을 향한 위로의 사과 한마디 없이 현시점에서도 ‘내 잘못이 아니었다’는 변명을 늘어놓기에 급급하다. 이들은 본인들의 모습이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 지는 안중에도 없는 듯 싶다. 광주의 민주당 득표율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이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은 어차피 민주당을 뽑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만에 가득차 반성 없는 밥그릇 싸움을 이어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냥 미안합니다. 한마디만 하면 될 일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커질 수 있지?” 문뜩 영화 베테랑에서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경찰서로 자수하러 찾아온 최상무(유해진)에게 던졌던 명대사 한 구절이 생각나 적어 봤다. 지금처럼 ‘네 탓’을 외치기 전에 먼저 ‘내 탓’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나마 민주당에 애증을 느끼는 이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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