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와이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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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도 일본은행이 사실상 ‘제로 금리’를 고수하면서 엔화 값은 끝없이 하락하고 있다. 일본의 엔화 약세 방조에는 외환보유액과 해외 여행객 입국 등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엔화값 약세가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본이 엔화 약세 방조를 얼마나 더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엔화값은 달러당 132엔을 뚫고 20여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엔화를 팔아 달러를 사려는 투자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지난 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는 장중 132.97엔까지 올랐다. 지난 1월 말 달러당 113엔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년도 안 되는 사이 엔화 가치가 17% 급락한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일본은행 홀로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금리 상한을 0.25%로 정하고, 이 이상 오르면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제로금리’를 유지 중이다.

일본 내에서는 달러당 135엔 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기조에 미 국채 금리 오름세가 이어지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엔화가치 하락을 막으려면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수정해야 하지만 일본은 아직 인플레이션 무풍지대 속에서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초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 중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통화 긴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일본의 지난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5%로,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 흐름에 비춰봤을 때 비교적 낮은 편이다. 지난 4월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7.5%,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8.3%에 달했다. 

일본은 외환보유액 세계 2위인데다 미국과 상시적인 통화 스와프 체결이라는 비상시 안전망도 갖췄다. 엔화 값이 싸져 해외 여행객들이 놀러 오기 좋아졌다는 데도 기대를 걸고 있다. 외국에서 온 여행객들은 일본에 들어오면서 자국 통화를 엔화로 바꾸기 때문에 엔화 약세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부터 하루 입국자 수 상한선을 1만명에서 2만명으로 늘렸다. 

다만 일본 내부에서는 엔화 값 추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엔화가 싸지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 국민이 생활고를 느낄 수 있다. 엔화값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일본이 기존의 통화 정책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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