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2·4차, 신통기획 참여 철회 가능성↑
새 정부 규제 완화 기대감… 수익성 재판단
고덕현대, 주민 불만으로 사업 추진 불투명
의견충돌 부담… "단지별 장단점 고려해야"

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들이 수익성을 고려해 신통기획 참여를 포기하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쁜 모습이다. 일부 단지들은 오세훈표 정비사업인 신속통합기획을 잇따라 포기하고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사업속도는 빨라질 수 있으나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참여 포기 속출… "효과 기대 어렵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들이 신통기획 참여 철회를 고려한다. 신통기획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놓은 정비사업으로 초기 단계부터 조합과 서울시가 함께 정비안을 구성하는 제도다. 사업주체는 주민이 하고 시는 행정적 지원을 통해 사업을 가속화한다. 해당 정책이 적용되면 기존 5년 이상 소요되는 정비구역 지정 절차가 2년으로 대폭 단축된다.

신통기획은 재건축시장에 바람을 불어 넣을 것으로 예상됐다. 1차 재개발 공모에서는 24개 자치구, 102곳이 신청했다. 특히 강남3구 재건축단지 7곳이 참여하는 등 흥행을 이어갔다. 탈락한 단지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고 2차 공모를 기다렸다.

하지만 최근 신통기획의 인기가 떨어지는 분위기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신반포4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설문조사를 진행해 신통기획 유지 여부를 물었다. 조사결과 응답자 86%가 참여를 취소하고 조합 자체사업으로 재건축을 진행하자는 의견을 냈다.

해당 단지는 올 4월 개최된 조합 대의원 회의에서도 80% 동의율로 신통기획 포기 안건이 통과됐다. 이미 구체적인 정비계획안이 수립된 상태고 주민 공람 공고까지 완료됐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비중을 늘려야하는 신통기획보다 기존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자는 의견이다.

인근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신반포2차아파트’ 조합도 신통기획 참여여부를 다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아파트는 주택공급 효과 극대화를 위해 임대주택과 일반분양 물량 일부를 소형면적으로 전환하고 가구 수를 늘리겠다는 내용을 포함해 신통기획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중대형 이상 고급 단지를 원했던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통기획 대상지인 강동구 명일동 ‘고덕현대’ 아파트도 강동구청 주도로 신통기획 추진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다시 조사하는 중이다. 고덕현대 아파트는 신통기획 1차 대상지로 선정돼 정비계획을 마련했으나 최근 일부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추진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들은 단지와 맞닿은 명일동 ‘한양아파트’와 통합해 공공 개입 없이 재건축을 추진하자고 주장한다.

조합 관계자는 “신통기획이 발표됐을 때 기대감이 굉장히 컸다. 많은 단지들이 참여하기 위해 세부적인 신청서를 제안했다”며 “하지만 생각보다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다른 사업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조합의 의견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신통기획에 대한 인기가 식어가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시와 조합의 의견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신통기획에 대한 인기가 식어가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윤 정부 출범 이후 선택지 확대
이처럼 신통기획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이유 중 하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다. 윤 정부는 민간주도 서울 주택공급을 막은 주된 요인을 재개발·재건축 규제로 꼽으며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30년 이상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대폭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따라 신통기획의 매력은 떨어졌다.

물론 윤 정부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신통기획 포기 단지가 속출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을 진행할 때 큰 수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합은 수익을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서울시는 공익을 위해 사업을 추진해 의견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호 이해관계가 맞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임대비율과 이익 등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조합이 신통기획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진행 속도는 분명히 빨라질 수 있으나 사업이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에서는 돌이킬 수 없다. 수익성이 높은 신규사업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조합들은 신통기획이 부실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가 적고 단지별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하는 분위기다.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인허가 절차를 줄여주는 신통기획은 분명히 좋은 제도다. 다만 상황에 따른 장단점을 따져봐야 한다”며 “의견차이는 결국 갈등으로 이어진다. 조합과 서울시가 각각 추구하는 부분이 달라 부담을 느끼는 단지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각 단지마다 사업 진행속도도 다르고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신통기획에 참여하는 것보다 다른 선택지가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아직까지 신통기획에 참여하는 단지가 더 많다. 몇가지 단점만 보완하면 참여율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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