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일주일 지속, 시멘트업계 피해 금액 610억원
삼표산업·아주산업 등 레미콘업체 공사 중단 결정
총파업·원자재 급등·중대재해법 등 건설업 부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건설업계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총파업 여파까지 번지면서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건설업계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총파업 여파까지 번지면서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건설업계의 고심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공사진행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화물연대 총파업까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파업 장기화, 각종 건설공사 중단 가시권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총파업 진행현장 곳곳에서 운송거부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 2만2000명 중 19%인 4100명(12일 기준)이 전국 14개 지역에서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업 규모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지난 7일 한일시멘트 공장입구에서 안전운임제 확대 시행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국토부는 일부 품목에서 생산·출하량이 감소하는 등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 물량은 경찰의 보호 속에 반출되도록 지원하는 중이다. 특히 시멘트업계는 출하가 막히면서 이번 주부터 생산을 중단하는 공장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쌍용C&E,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아세아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등 국내 대표 시멘트 7개사의 출하량은 1만5500톤(8일 기준)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미출하에 따른 피해금액은 610억원에 달한다. 파업이 해결되지 않으면 피해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수도권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 유통기지에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된 상황”이라며 “생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를 줄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미콘업계도 마찬가지다. 시멘트업계의 운송망에 차질이 생기면 레미콘업계까지 타격을 받는다. 제주에서는 내륙지역으로부터 시멘트 등 자재가 들어오지 못해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필수인 골조 공사현장이 멈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도권 대형 레미콘 업체들은 하루에 시멘트를 운송하기 위한 특수 차량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30~40대, 작은 업체는 15~20대 공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총 2700~3000대인 BCT 중 1500대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으로 하루에 한 대 분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표산업과 아주산업은 이미 지난주 전국 모든 공장이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기업은 지난주까지 전체 공장 중 지방을 중심으로 40%가량을 가동했으나 이번 주 대부분 운영이 중단될 전망이다. 다른 레미콘업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이로 인한 여파가 크다. 산업뿐만 아니라 건설업계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주까지 파업이 지속되면 모든 공사현장이 중단될 가능이 크다. 빠른 해결방안이 나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파업 여파로 레미콘·시멘트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공사 중단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총파업 여파로 레미콘·시멘트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공사 중단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건설업계 총체적 난국… "부담 크다"

이처럼 레미콘·시멘트업계의 타격은 고스란히 건설업계 전반으로 번질 전망이다. 이미 건설업계는 올해 초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예방을 위한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아울러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부담이 커진 가운데 총파업 여파까지 더해져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시멘트 주 원료로 사용되는 유연탄 가격은 톤당 250.55달러다. 시멘트 가격도 올랐다. 쌍용C&E는 올 4월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합의한 결과 1종 시멘트 가격을 톤당 9만800원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종전가(7만8800원)보다 1만2000원(15.2%) 오른 금액이다.

철근도 마찬가지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철근 값은 톤당 100만원을 웃돌았다. 골조공사에 쓰이는 고장력철근(SD400)은 올 1월 톤당 105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급등한 수치다. 레미콘 가격도 지난해  ㎥당 13% 상승했다.

심지어 인건비도 올랐다. 대한건설협회 건설업 임금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공사직과 콘크리트거푸집기능사 직종 1일 평균 임금은 각각 23만1044원, 24만2138원이다. 5년전 임금(16만9999원·17만4036원)보다 40% 가까이 인상된 금액이다. 철근콘크리트 연합회는 건설직종 인건비가 올해에만 10~30% 올랐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현장 업무 기피현상이 확산됐고 안전관리자 등 인력이 급감했다. 이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심화됐고 결국 연봉을 올려주는 조건으로 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미래도 어둡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2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 5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13.9포인트 올랐다. 물론 전월 보다는 상승했으나 크게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통계적 반등 효과로 지수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며 “객관적으로 경기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가 이제 반정도 지났는 데 힘든 부분이 너무 많다”며 “올해 초부터 잇따라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가지가 해결되면 끝나자마자 또 다른 악재가 다가온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대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부터 빠르게 해결돼야 한다. 건설업계가 힘들어지면 주택시장도 같이 침체기에 빠진다”며 “모든 부분을 신경 쓰고 싶으나 어쩔 수 없이 빈틈이 생길 수 있다. 앞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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