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대 급락 2500선… 19개월만에 최저치 기록
"불확실성 큰 상태… 현금 비중 늘리고 관망 전략 유효"
"밸류에이션 바닥권 주식, 증시 밀렸을 때 역발상 접근"

미국발 물가 충격에 국내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증권업계에선 저가매수보다 관망으로 대응하라고 조언한다. 시장 조정이 많이 진행됐지만 아직도 변동성 큰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미국발 물가 충격에 국내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증권업계에선 저가매수보다 관망으로 대응하라고 조언한다. 시장 조정이 많이 진행됐지만 아직도 변동성 큰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상 공포가 국내 증시를 덮쳤다. 주가지수부터 주요 종목들까지 일제히 급락하며 투자자의 우려를 키운다. 

증권가는 저가매수보다 관망으로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역발상 투자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36포인트(3.52%) 폭락한 2504.51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5.66포인트(1.76%) 하락한 2550.21로 시작해 장 마감 때까지 낙폭을 키웠다. 지난달 12일 기록한 52주 신저가(2546.80)도 갈아치웠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1월13일(2493.87) 이후 19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미국발 물가 충격이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노동부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했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간) 밝혔다.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다.

증권가에서는 시장 조정이 좀 더 진행될 수 있어 추격 매수를 지양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아직은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커 주식보다 현금 보유가 유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시장 참여자의 예상보다 인플레이션 정점 확인 시점이 뒤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 강도 높은 긴축과 수요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코스피는 의미있는 기술적 지지선인 2600선이 무너지면서 연저점을 형성한 상황으로 기술적으로 2400대까지 하락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9배 초중반 선이나 추가적인 이익추정치 하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낮은 밸류에이션에 따른 저점 매수가 유입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향후 유가와 중국 코로나 방역 강도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인들은 현금 비중이 가장 중요한 때”라며 “문제의 본질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는 점인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잡지 못하고 있고 추가로 금리를 많이 올린다고 해서 물가가 당장 잡힐 것이냐에 대해서도 아닐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정책의 전환이 있거나 밸류에이션이 충분히 싸졌을 때 주가가 바닥을 형성했다고 보는데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며 “이미 시장 조정이 많이 진행된 상황이나 지금은 현금 비중을 늘리고 관망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오는 14~15일 6월 FOMC에서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사진=연방준비제도이사회 페이스북
오는 14~15일 6월 FOMC에서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사진=연방준비제도이사회 페이스북

오는 14~15일(현지시간) 미국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이와 관련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다수 투자자가 관망으로 대응하는 이유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6월 FOMC에서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현재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했다는 점을 고려 시 이번 회의까지 시장 참여자들 간 ‘자이언트스탭 또는 빅스탭’ 논란이 불거지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연구원은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안내)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억제 목적하에 보다 공격적인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는 지 여부가 6월 FOMC 이후의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며 “6월 FOMC 경계심리 등으로 일시적인 투매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증시 밸류에이션 상 진입 매력 및 양호한 이익전망을 고려 시 이에 동참하기보다는 관망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추격 매도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며 조심스럽게 역발상 투자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봤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모든 게 나빠 보일 때는 관점을 달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단기 변동성 확대가 있을지언정 올해 하반기만큼은 인플레이션 정점 형성 등으로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성장주는 반등 시 매도 관점에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고 밸류에이션 바닥권 주식에 대해서는 증시가 밀렸을 때 역발상으로 접근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단기적 관점에서 성장주 대비 가치주와 방어주 위주의 대응이 필요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박과 소비심리 위축에도 영향이 제한적인 필수소비재 업종과 서비스 물가 상승에도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리오프닝 업체가 주목된다”며 “필수소비재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해 진입 부담이 낮아진 데다 과거 경기둔화 및 침체 구간에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오프닝 업체 중에서는 엔데믹 선언이 빨랐던 미국, 유럽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보단 5월 이후 회복세가 높아질 아시아지역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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