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담보 부족 계좌 11배 급증
미수금 대비 비중 10% 대도 5번이나
금융당국, 증권사 자제 권고할지 주목

폭락장에 개인투자자들의 반대 매매 공포가 커진다. 코스피가 연일 연저점으로 추락하는 가운데 반대매매 규모가 줄지 않고 있어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폭락장에 개인투자자들의 반대 매매 공포가 커진다. 코스피가 연일 연저점으로 추락하는 가운데 반대매매 규모가 줄지 않고 있어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최근의 국내증시 부진으로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가 담보 부족에 직면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3곳의 합산 개인투자자 담보 부족 계좌가 이달 초 1018개에서 지난 22일 1만1829개로 11배 이상 급증했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2.9%, 19.8% 하락했는데 그에 따라 반대매매도 급증했다.

일자별로 살펴보면 지난 13일 이달 들어 코스피 낙폭(3.52%)이 가장 컸다. 다음 날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0.8%를 보였다. 이후 지수 낙폭이 컸던 15일(-1.83%), 20일(-2.04%) 다음 날에도 반대매매 비중은 각각 10.5%, 11.4%를 나타냈다. 이달 들어 반대매매 비중이 10%대로 올라선 횟수는 5번이나 된다. 올 초 5~7%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위탁매매 미수금이 처음 3000억원을 넘어섰던 지난 15일 기준으로 미수금은 이달 초 대비 64.3% 증가한 3032억4700만원을 기록했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315억5500만원으로 지난 2일 127억7900만원에서 약 147% 늘어났다.

반대매매는 미수거래와 신용융자거래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 발생한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신용융자거래가 180일을 넘겨도 빌릴 수 있는 반면 위탁매매 미수금은 주식을 사고 이틀 안에 대금을 갚아야 한다.

통상 전날 종가 대비 20~30% 낮은 금액으로 반대매매 주문이 산정되기 때문에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대매매는 펀더멘털 이외 추가되는 변동성 요인이며 급락 국면에서 단기적으로 이중 바닥 패턴이 형성되는 이유 중 하나”라며 “최근 국내 증시가 하락 구간에서 글로벌 증시 대비 부진한 이유도 저점 매수 유인이 부족한 상황에 반대매매를 비롯한 매물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10조원가량의 반대매매 물량이 더 출회돼야 부담이 해소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다만 신용잔고 비율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크게 차이나질 않고 있어 반대매매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대매매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현재 약 19조5000억원(코스피 10조4000억원, 코스닥 9조1000억원)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전 3년 평균 수준인 9조5000억원대까지 하락해야 반대매매 물량 부담이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출회 가능성이 높지만, 대기 매수세 성격의 자금인 예탁금(현 56조원) 대비 신용잔고비율은 약 35%로 팬데믹 이전 3년 평균인 38%대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 시, 대규모 신용 반대매매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규모도 줄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22일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규모를 알 수 있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5308억원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때처럼 증권사의 반대매매 자제를 권고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20년 3월16일 증권사의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증권사들은 담보 주식 가치가 대출금의 140% 이하로 떨어지면 추가담보를 받거나 반대매매 등을 통해 고객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데 이 같은 기계적인 조치를 자제해달란 의미였다. 이 조치는 추가 연장이 이뤄지면서 지난해 5월2일까지 연장됐다.

현재 반대매매 추이는 코로나19 초기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앞서 면제 조치를 발표한 직전인 2020년 2월 초~3월 중순까지 하루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80억~210억원,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4~8%대였다. 이번에도 금융당국이 면제 조치 시행을 통해 시장 불안을 줄여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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