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가격 톤당 120만원 2020년 대비 2배 상승
조선업계 "지속적인 가격 인상, 최소 동결돼야"
철강사, 원자재값 변동 우려 소폭 인상에 무게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 간 하반기 후판협상이 시작됐다. 양 측의 협상은 시작부터 이견 차를 보이며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 간 하반기 후판협상이 시작됐다. 양 측의 협상은 시작부터 이견 차를 보이며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조선·철강업계 간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이 시작됐다. 후판가격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연속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현재 조선사들은 동결 혹은 인하를 주장하며 이번 협상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자재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인상 명분이 다소 약해졌지만, 조선·철강사들은 이견 차를 쉽사리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철강업계가 고환율 영향권에 들면서 합의점 마련에 난항이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강사는 조선업계와 후판가격 협상을 위한 테이블을 열었다. 앞서 철강사들은 지난 상반기 협상에서 글로벌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후판가격을 톤당 10만원 인상했다.

현재 후판가격은 지속적인 인상으로 2020년 톤당 60만원 중후반대에서 120만원으로 2배 뛰었다. 최근 철광석가격과 제철용 원료탄가격도 하락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 정보에 따르면 23일 기준 철광석은 톤당 109.4달러다. 

올 3월 기준 162.75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전환됐다. 제철용 원료탄도 지난달 톤당 512.93달러 수준에서 이달 22일 364.15달러를 기록하는 등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만 철강업계는 원자재가격 변동 폭과 환율 상승세를 경계했다.

또한 올 1분기까지 시황 호조로 역대급 실적을 올렸던 철강사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다. 여기에 제품가격도 약세로 1달러당 1300원을 돌파한 고환율 등이 겹치면서 실적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환율 급등으로 철강사가 철광석이나 원료탄 등 원료를 구입하는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계절적 비수기로 수요마저 줄면서 재고도 쌓여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사의 경우 하반기 후판가격 인상 저지에 사활을 걸었다. 이미 상반기 후판가격 인상으로 조선 3사는 한국조선해양 1200억원, 대우조선해양 4000억원, 삼성중공업 800억원 등의 영업적자를 냈다.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한 탓이다.

한편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주 호황으로 올 하반기부터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당장 실적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후판가격 추가 인상은 부담으로 흑자 달성이 뒤로 밀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조선사 관계자는 “원자재가격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후판가격 인상 이유도 사라졌다”며 “협상에서 반드시 인상만은 막겠다. 인하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동결은 돼야 조선사들의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철강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제 막 협상이 시작돼 동결이나 인하를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그간 조선사들이 양보했던 것을 고려하면 최소 동결 쪽에 무게가 쏠린다. 변수는 원자재가격으로 소폭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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