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의 복심, 10년 신사업 방향 제시 성과
소통 강점 내세웠으나 메타버스근무제 반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논란 수습 등 현안 산적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준비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 중이다. 사진=카카오 제공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준비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 중이다. 사진=카카오 제공

[서울와이어 한동현 기자] “사회가 카카오에 기대하는 역할에 부응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전념하겠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취임 당시 했던 발언이다. 남궁 대표의 약속은 취임 100일을 앞둔 시점에서 절반 정도 지켜졌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의 복심으로서 카카오를 이끌며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취임 직후 10년 미래 제시

남궁 대표는 취임 직후 ‘비욘드 코리아·비욘드 모바일’을 미래 10년 목표로 정했다. 그는 다음 달 7일로 취임 100일을 맞을 예정이며 비욘드 코리아·비욘드 모바일을 목표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 대표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글로벌로 확장하면서 글로벌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그는 글로벌시장에서 카카오톡의 영향력이 낮다는 지적에 메타버스 카드를 내세웠다.

남궁 대표는 최근 온라인 간담회에서 “카카오 유니버스는 우리가 이미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어낸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인 전 세계 50억명 이용자가 텍스트를 넘어 다양한 멀티미디어로 소통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이들이 카카오가 조성한 생태계 안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콘텐츠를 생산하게끔 선순환을 구축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남궁 대표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 관련 사업 확장이 전제가 된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메타버스 내 경제구조 조성이 불법이다. 

◆메타버스 규제 해소 작심 발언

그는 지난 22일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디지털 플랫폼 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 참석해 정보기술(IT) 플랫폼사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메타버스사업에 게임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들이대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 그는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큰 틀에서 디지털 플랫폼 업계의 자율 규제 노력을 전달했다"며 "특히 새롭게 대두되는 메타버스 영역의 기술적 형태나 외모가 게임과 닮았지만 정책적으로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메타버스 내에서 활용되는 가상재화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것이 메타버스 경제의 핵심이라고 밝힌 셈이다. 정부는 바다이야기 사건을 기점으로 가상재화의 환전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정부는 남궁 대표와 IT 기업 대표들의 의견에 공감하고 '자율규제'로 정책 방향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이종호 장관은 "디지털 플랫폼 정책은 혁신과 공정의 가치를 포괄하고 규제 방식도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격근무제 넘으니 모빌리티가 문제

남궁 대표는 10년 미래 신사업 핵심인 메타버스 관련 문제는 해소했다. 하지만 또다시 문제에 부딪혔다.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원격근무를 권장하는 ‘메타버스 근무제’를 도입했으나 사전 의견 수렴 없다는 이유로 내부에서 반발했다. 카카오게임즈 대표 재직 시절 소통과 복지 등으로 호평을 받았던 남궁 대표에게는 뼈아픈 실책이었다.

남궁 대표는 발표 하루 만에 재검토에 나섰다. 직원들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했고 추가로 격주 노는 금요일(놀금) 제도를 도입해 반발을 잠재웠다.

메타버스 근무제 반발 여파가 잦아들자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논란이 불거지고 남궁 대표의 역량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방안 추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조 반발이 거세졌다. 

카카오는 지난 15일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시했으나 매각 추진 중단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남궁 대표도 매각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이야기가 잘못 나가면 안된다”며 말을 아꼈다. 결국 노조인 ‘크루 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은 지난 24일 카카오 계열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진화에 나섰으나 실패했고 남궁 대표에게로 넘어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대비 단기 성과를 내기 힘든 모빌리티사업이 계륵이 되면서 남궁 대표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남궁 대표로서는 한 쪽을 선택하기 힘들 것이고, 카카오의 사업과 주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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