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예·적금 잔액 3주 만에 8조↑
당국 '이자장사' 예대금리차 축소 요구
은행권 전반 고금리 특판 줄줄이 출시

3저 현상(저성장·저물가·저금리)의 늪에 빠진 손해보험업계에 ‘디지털 보험’이라는 새바람이 불 전망이다 / 사진 = 픽사베이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이달 들어 불과 3주 만에 8조원 가량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주식과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적금 금리가 오르자 다시 은행으로 돈이 돌아오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예대금리차 축소 요구에 은행들이 줄줄이 고금리 특판 예금을 내놓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역머니무브 현상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5대은행 예·적금 잔액 3주 만에 8조원↑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산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수년간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각국의 확장재정으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한꺼번에 찾아오며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또 다른 공포에 직면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고강도 긴축에 돌입했고, 올 초부터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확실해 지면서 코인,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자산시장으로 쏠렸던 시중자금은 다시 안전 금고인 은행으로 돌아오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이달 들어 불과 3주 만에 8조원 가량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적금 잔액은 지난 24일 기준 724조2962억원이었다. 지난달 말(716조5365억원)과 비교해 약 3주 만에 7조7597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정기예금은 687조533억원으로 전월보다 7조2765억원 늘었고, 정기적금은 37조2429억원으로 4832억원 증가했다.

대기성 자금인 은행 요구불예금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5대 은행에서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파킹통장'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이달 966조3420억원으로 전월대비 4조5159억원 증가했다.

최근 자산시장에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원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선진국의 금리인상과 긴축 정책, 우크라이나 사태와 루나 폭락 사태, 각종 규제 영향으로 주식·디지털자산·부동산 시장이 조정국면을 겪으면서 안전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다시 은행 금고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ㆍ 하나은행 공동점포를 찾은 시민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우리ㆍ 하나은행 공동점포를 찾은 시민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은행권 전반에 고금리 특판 출시돼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수신금리를 높이며 자금 유치 경쟁에 나섰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지적하며 예대금리차 산정방식을 들여다 보겠다고 언급한 이후 은행권 전반에 고금리 특판 예금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2일부터 연 최고 3.2% 금리를 제공하는 '2022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2조원 한도로 판매 중이다. SC제일은행은 12개월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첫 거래 고객에게 최고 연 3.2% 금리를 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2일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상해 만기 1년 이상 가입 고객에게 연 3% 이자를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8일 각종 우대금리 조건을 갖추면 최고 연 5.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신한 쏠만해 적금'을 출시했다. NH농협은행은 국립공원공단과 함께 최고 연 5.85% 금리를 주는 'NH걷고 싶은 대한민국 적금'을 출시했다.

인터넷은행들도 예적금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며 자금 유치 경쟁에 돌입했다. 케이뱅크는 이미 이달 1일 예금 금리를 올리면서 시중은행보다 먼저 연 3%대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2년물은 연 3.20%, 3년물은 연 3.50% 금리가 적용된다. 카카오뱅크도 21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올렸다. 카카오뱅크는 1년물 연 2.50%, 2년물 연 2.70%, 3년물 연 3%의 예금 금리를 제공한다. 

토스뱅크는 연 3.0%를 주는 ‘키워봐요 적금’을 출시한 지 3일 만에 10만좌를 넘겼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20일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3%를 넘어섰다.

금융권에선 은행의 수신금리 상승과 이로 인한 역머니무브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는 만큼, 금융권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내 2.75~3.00%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를 줄이라는 정부 기조와 자금 유치 경쟁에 발맞춰 예금 금리 인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까지 더해지면 은행으로의 역머니무브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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