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사과에도 여론 부글부글..."사건 무마, 여론수습에 급급"
정치권·노조·시민단체 "총수인 최정우 회장이 직접 나서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포스코가 사내 성폭력 사태와 관련, 대면 사과 없이 '문자'로만 두차례 사과하면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김학동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3일 회사를 대표해 이번 사건의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는 내용의 첫 사과문을 내놨다. 사건의 실체가 언론보도로 드러나면서 여론의 분노가 들끓자 나온 사과문이었다.
외부의 부정적인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김 부회장은 닷새 만에 피해자와 직원들에 대한 사과와 성 윤리 문제 근절 방안이 담긴 이메일을 전 임직원에게 발송했다.
이 메일에는 “소홀하거나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과감히 개선할 것”이라며 “근본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해 직원 존중의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김 부회장의 약속이 담겼다.
여기엔 선 인사조치, 후 조사 룰 적용, 최고 경영층 핫라인 구축 등의 쇄신방안도 포함됐고, 피해 직원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한 '사내용'이지 공식적 사과라고 하기 어렵다.
사측은 이와 함께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임원 6명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징계 수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여전히 사건 무마와 수습에만 급급한 모습으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
전국 35개 여성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28일 오후 고용노동부 포항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들은 “포스코가 사과문을 통해 그동안 성희롱 방지에 엄격히 대응해왔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포스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강력히 대응하라”고 촉구하면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문제는 포스코에서 사내 성추행을 비롯한 성 윤리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번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복되는 성범죄는 사내에 뿌리깊은 군대식 조직문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경북사회연대포럼 등 포항 6개 시민사회·노동단체도 공동성명서를 내고 포스코의 비윤리적인 경영 실태를 지적하면서 최정우 회장의 공개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그룹의 최고 책임자인 최 회장 책임론이 부각됐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해당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후 첫 대응 자체부터 잘못됐고, 아직도 여론 눈치만 보는 것으로 느껴진다”며 “회사가 단순 사과문과 쇄신안 발표로 사건이 무마될 수 있다고 본 것 같지만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올해 초 포항제철소 근로자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관련 유족에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내놓으며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이번 사태도 사측의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최 회장이 직접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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