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취임 당시 코로나19 발발 등 시작부터 암초
업황 개선·악성재고 드릴십 매각 성사, 분위기 전환
'탄소중립기술' 개발 중점 추진, 내년 흑자전환 기대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이 2023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이 2023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이 올해 흑자전환에 속도를 낸다. 그가 삼성중공업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는 업황이 좋지 않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한동안 어려운 시기가 지속됐다. 

다만 최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연초 우크라니아 전쟁 발발에 따른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전 세계적인 환경규제도 맞물려 친환경선박 수주가 집중될 것으로 기대돼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38년’ 현장 전문가, 회사 적자탈출 최대 과제

정 사장은 1961년생으로 마산중앙고등학교와 부산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84년 삼성중공업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이후 영업팀장, 리스크 관리팀장, 기술개발본부장 등을 거치며 다양한 업무를 소화했다. 회사는 정 사장의 업무능력을 오랫동안 지켜봤던 것으로 보인다. 기술개발본부장직을 수행하던 정 사장을 2020년 2월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동시에 조선소장에 앉혔다.

조선소 총괄을 맡긴 것은 그에 대한 업무적 신뢰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회사는 같은 해 연말 그를 사장에 발탁했다. 정 사장이 조선소장을 맡은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인사로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중공업 경영 총괄자로서 그에게 맡겨진 역할은 막중했다. 회사는 오랫동안 이어진 업황 부진으로 영업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한 사측이 보유한 드릴십 매각도 그에게 과제로 주어졌다.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드릴십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회사의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처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 사장은 숱한 암초에도 지난해 100억달러가 넘는 수주액을 달성했다. 이는 2007년 이후 14년 만에 거둔 성과지만 적자 문제는 여전했다. 이에 정 사장은 조바심을 내지 않고 관련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다. 

올해도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출발은 다소 늦었다. 삼성중공업은 올 2월 아프리카지역 선사로부터 9985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4척을 수주하면서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늦게 ‘수주랠리’에 합류했다. 

올해 수주 속도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그간 골칫거리였던 드릴십도 잇따라 매각에 성공했다. 정 사장은 지난 3월 경기도 성남 판교 연구개발(R&D)센터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용선(배를 빌리는 것) 뒤 매입 조건으로 드릴십 1척을 인도했다”고 밝혔다. 

현재 회사가 보유 중인 드릴십은 총 5척으로 매각을 위해 지난 4월 ‘큐리어스 크레테 기관전용사모투자 합자회사’(PEF)에 59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남은 드릴십 매각도 성사시키면 회사는 재무 개선에 집중할 수 있다.

정 사장은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 회사 흑자전환 달성 시점을 2023년으로 목표로 잡았다. 삼성중공업의 선박 수주는 순항 중으로 지난 22일 하루 만에 총 3조9000억원대 수주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조선사에 새 역사를 썼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오른쪽)이 덴마크 시보그사와 부유식 원자력발전 설비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오른쪽)이 덴마크 시보그사와 부유식 원자력발전 설비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탄소중립·디지털화 역점, 내년 ‘흑자달성’ 목표 

이달까지 누계 수주 실적은 총 33척, 63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주 금액으로만 연간 목표액인 88억달러의 72%를 채웠다. 조선업 특성상 당장 올해 흑자전환은 불가능하지만, 업황 호조 속 정 사장의 목표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 사장은 올해 실적 상승의 기반을 마련한 뒤 내년 혹자전환뿐 아니라 경영정상화까지 이뤄낸다는 각오다. 노후선박에 대한 교체 수요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LNG선 발주 규모가 늘어나는 등 시장 분위기도 그에게 호의적이다.

그는 기술개발본부장을 지낸 경험을 적극 활용해 LNG를 비롯한 수소연료전지, 암모니아 추진선 등 다양한 선종 개발에 나선 상태다. 유상증자를 통해 1조2825억원의 자금도 확보했다. 정 사장은 이 금액을 친환경 선박 개발에 쏟아 장기적 성장 기반 마련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조선소 디지털화도 그가 공들이는 부분 중 하나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 조선소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1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와 ‘디지털 조선소로 전환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저비용·고효율 조선소 전환 계획을 구체화했다.

해양플랜트, 해양원전사업도 정 사장이 보유한 무기다. 정 사장은 해상원전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본격적인 추진을 위한 용융염원자로 개발사인 덴마크 시보그와 소형 용융염원자로 활용 ‘부유식 원자력 발전설비’ 개발 기술 협약을 맺었다.

글로벌 해양 플랜트사업 전망도 나쁘지 않다. 나이지리아와 미국 노스플랫 프로젝트 발주가 예정됐다. 정 사장은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앞세워 두 프로젝트 수주를 노린다.

정 사장은 “수소,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부터 원자력까지 탄소중립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혁신적인 제품으로 미래사업 기회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올해는 흑자전환의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중요한 해”라며 “첨단기술을 현장 곳곳에 적극 활용해 생산체계 안정과 효율을 높이고 원가절감과 LNG 밸류체인 고도화, 친환경 신선종 개발 등 기술혁신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이 흑자전환 꿈 실현에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선박 건조에 강점을 지닌 회사의 관련 시장 영향력도 커졌다. 흑자전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