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세 차례 인상, 후판가격 톤당 120만원
철강 원자재값 하락세, 동결 가능성 높아져
불안한 철강업황 전망, 협상 변수로 지목돼

조선사와 철강사들 사이 하반기 후판가격을 둔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동결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조선사와 철강사들 사이 하반기 후판가격을 둔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동결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철강사들과 하반기 후판가격을 놓고 협상에 돌입했다. 조선업계는 이미 3차례 가격 인상으로 부담을 안았다. 다만 최근 철강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인 점에서 동결 쪽으로 무게 추가 쏠리는 모양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인상됐다. 올해 상반기도 두 업계 사이 장기간 협상 끝에 가격은 한 차례 추가로 올라 톤당 120만원 수준이 됐다.

지난해 톤당 가격 60만원 대비 두 배 뛰었다. 조선업계는 그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흑자전환에 속도를 낸 상황으로 추가 인상은 부담이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에 이어 올 1분기도 인상으로 수천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이 발생했다.

이에 한국조선해양 1200억원, 대우조선해양 4000억원, 삼성중공업 800억원 등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재 조선업계의 수주 호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추가로 공사손실충담금을 반영할 경우 흑자 달성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다행히 철강 생산공정에 필요한 석탄 가격은 상승세가 꺾였다. 올 초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급등을 거듭한 석탄 가격은 지난 3월 기준 500달러를 넘어섰지만, 이달 들어 359달러까지 떨어졌다. 

기초 원료인 철광석도 이달 기준 톤당 113달러로 가장 높았던 3월 159달러 대비 가격이 많이 내렸다. 조선사들은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이전 협상에서 양보해왔던 만큼 하반기 가격 동결에 사활을 걸었다. 협상에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철강사는 제품 수요 둔화에 따른 제품가 하락에 고심하고 있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도시 봉쇄 여파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현지 대규모 건설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됨에 따라 수출물량이 감소한 탓이다. 

봉쇄 해제 이후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납품가격 인하 등에 따른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가격 인상을 요구할 큰 명분이 사라진 상태로 당장 하반기 후판가격은 동결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글로벌경기 침체로 인한 철강 업황의 불안한 전망이 협상 과정의 변수로 꼽힌다. 미국와 유럽의 긴축통화 정책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협상이 상반기처럼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는 가격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동향을 유심히 살피며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원자재가격 하락세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협상에서 합의점 찾기가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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