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해승 기자
주해승 기자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금융업권의 규제 완화로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며 ‘자유’를 연신 외쳐댔지만 실제 금융당국의 행보는 자유로운 시장경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최근 모습은 감독을 넘은 관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초반에는 금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더니 최근 들어선 은행들의 과도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예대금리차 축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초반에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춰 기존 금융권도 규제 부담을 덜어주겠다던지, 금융권이 대출 자산을 다시 늘려나갈 수 있도록 대출규제를 완화해 주겠다던지 등의 달콤한 말로 금융권을 설레게 했다. 

실제로 정부는 생애최초 주택매입 등에 대해선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80%로 낮췄고, 신용대출 한도도 연소득 범위 내 제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물가 고공행진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당초 계획보다 빨라지면서 정부는 슬금슬금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오히려 은행들에게 예대금리차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은행의 과도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감독당국인 금감원이 은행장들을 불러 금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의 공개적 요구를 대놓고 거스를 수 없는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대출금리를 내렸다. 

금융권에선 정부와 금융당국의 이 같은 행태를 두고 '관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금리를 얼만큼 내리라고 명령한 것은 아니지만, 공개적인 비판을 통해 은행으로 하여금 대출 금리를 인하하도록 사실상 개입했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이 질서를 유지하려면 정부의 적절한 규제와 개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요즘처런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자유시장경제에서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권한은 은행에 있다.

국가가 대출금리에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은 기업의 상품 가격을 간섭하는 셈으로, 현 정부가 강조한 시장경제와 반대된다. 금융감독원의 기능이 ‘감독’이 맞다면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던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은행들은 억울할 만하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기에는 대출 금리 인상이 더 가파르기 때문에 수신금리를 올린다해도 대출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당국의 공격적인 행보에 은행들은 전의를 상실한 상태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 비용도 늘어나는데다, 무작정 대출금리만 낮추면 리스크를 대비해 필요한 충당금을 쌓을 여력도 줄어든다.  

지금처럼 정부의 간섭과 경고가 반복되면 시장경제체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관치는 그만두고, 금융감독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감독의 기능을 회복하는데 주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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