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게이단렌, 3년 만에 한일 재계회의 재개
한일관계 개선 등의 내용 담긴 공동선언문 채택

(왼쪽부터)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재계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왼쪽부터)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재계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4일 오전 일본의 기업인 단체 ‘게이단렌’(經團連)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열었다. 한일 재계는 공동선언문 채택 등 양국 경제계 협력을 위한 신뢰 기반을 마련했다.

두 단체는 1982년 양국 경제계의 상호 이해증진과 친목 도모를 위해 회의를 구성한 데 이어 이듬해인 1983년부터 정례적으로 회의를 개최해왔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20년과 지난해에는 열리지 않았다.

이번 회의는 3년 만에 재개된 만큼 한일관계 개선에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이에 전경련과 게이단렌을 중심으로 양국의 경제계가 경색된 관계 개선을 위해 나서기로 합의했고, 8개 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1998년 ‘한일 공동선언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일명 DJ-오부치 선언) 정신 존중과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 내용도 공동선언문에 담겼다. DJ-이부치 선언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양국 간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합의한 11개항의 공동선언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가 막바지인 것처럼 얼어붙었던 양국의 관계가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숨통이 열리는 것 같다”며 “양국 경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허 회장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원자재가 급등, 미·중 패권경쟁 심화, 자국 우선주의 등의 난제에 맞서 양국이 경제 연계성을 높이는 등 악화한 양국 관계를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관계 개선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답이 있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한 선언을 지금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선언 취지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통한 상호 수출규제 폐지, 통화스와프 재개, 한국의 CPTPP 가입 등 현안이 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도쿠라 회장도 “한일관계가 어려울수록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존중하고 양국이 미래를 지향하면서 함께 전진하는 것이 소중하다”며 “일본 경제계도 한일 정상과 각료 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회의는 한국 측에서 허 회장을 비롯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등 20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도쿠라 회장을 비롯해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고문,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회장,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구토바 마사카즈 게이단렌 부회장 등 5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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