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전기차,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 인정
전동화로 중심 옮기고 E-GMP 개발해 전환 앞당겨
한·미 대규모 투자로 생산력 증대와 연구개발 박차

지난해 12월 유럽에서 순수 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내연기관차량을 앞질렀다. 각국 완성차업체들은 세계 전기차시장을 꽉 잡은 테슬라를 제치고 다가올 시대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와 연구개발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본격적인 전기차 전환을 맞아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어떻게 변화와 쇄신을 꾀하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현대자동차의 첫 번째 전기차 아이오닉5가 글로벌 최고 자동차에게 주어지는 '2022 세계 올해의 차'를 수상하는 등 전세계 전기차시장에서 높은 상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첫 번째 전기차 아이오닉5가 글로벌 최고 자동차에게 주어지는 '2022 세계 올해의 차'를 수상하는 등 전세계 전기차시장에서 높은 상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서울와이어 박정아 기자] “미안해요 일론 머스크, 현대차가 조용히 전기차시장을 지배 중입니다.” 지난달 25일 블룸버그통신은 이같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미국 현지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상황을 집중 조명했다.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역시 트위터를 통해 “현대차가 꽤 잘하고 있다”고 업급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밖에도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세계 올해의 차’와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아이오닉5는 독일의 차전문지 비교 평가에서 벤츠와 아우디 전기차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세계시장에서 전기차 기술력을 속속 인정받으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회장의 전기차 ‘퍼스트 무버’ 승부수

“내연기관차시대에는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시대에는 모두가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있다. 경쟁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 성능으로 세계 전기차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여부로 내부 의견이 엇갈렸을 때 정 회장이 임직원들을 독려하며 한 말이다.

또한 정 회장은 “전기차를 기회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선점한다는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필요하다면 인력과 조직의 변화도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연구개발(R&D)본부 내 엔진개발센터를 없애고 전동화 관련 조직으로 개편하며 전기차 전환에 승부수를 던졌다. 연구개발본부에서 ‘파워트레인’이라는 명칭은 모두 ‘전동화’가 대신하면서 그룹의 무게 가 전기차 중심으로 옮겨졌다.

무엇보다 그룹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성공적인 개발은 전기차기업으로 전환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E-GMP는 전기차에 최적화된 차체 구조와 섀시, 모터, 배터리를 적용한 전용 플랫폼이다. 모듈·표준화된 통합 플랫폼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단, 고성능차 등 다양한 차종에 적용 가능하다.

또 E-GMP 기반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국내 기준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18분 안에 80%까지 충전도 가능하다. 2025년까지는 E-GMP보다 한 단계 진화한 플랫폼도 완성할 예정이다.

◆한·미 대규모 투자 통해 전기차 톱티어 도약

현대자동차그룹은 단순한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나아가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지난 5월에는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공장 신·증설, 충전 인프라 확충, 연구개발 등에 2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을 글로벌 전기차 생산의 중심기지로 만들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 연구개발, 인프라, 연관산업 등 전기차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올해 35만대 수준인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능력을 144만대까지 끌어 올려 전 세계 전기차 생산의 절반을 한국에서 담당할 계획이다.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핵심 부품·선행기술 개발, 연구시설 구축 등에 집중 투자해 전기차 성능의 핵심인 배터리, 모터 등 PE(Power Electric)시스템 고도화와 1회 충전 주행거리 증대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105억달러(약 13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첫 전기차 전용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55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는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투자해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기술분야에서 미국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현재 5% 수준인 전세계 전기차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12%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국내·외를 포함한 전체 전기차 생산 목표는 323만대다.

아울러 2030년까지 제네시스 포함 18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올해는 아이오닉6를 필두로 2024년에는 아이오닉7이 출시된다. 기아는 13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 올해 EV6의 고성능 버전인 EV6 GT에 이어 내년에는 EV9을 선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시장은 태생기를 지나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기로 넘어갔다”며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국내 투자와 연구개발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물결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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