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보험사기는 해가 갈수록 점점 지능적으로, 조직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부 합동대책반 설치라든지, 보험사기특별법 개정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최근 보험업계 관계자와 보험사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온 말이다. 보험사기 수법은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는데, 법과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푸념이었다.
우리나라의 보험사기는 범행 방식과 적발 금액을 볼 때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매년 말 발표하는 보험사기 적발현황은 대부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보험사기의 수법이 진화하는데, 핵심인 보험사기특별법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보험사기를 공모하고 미수에 그친 주동자도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보험사기 행위를 알선하거나 권유하는 걸 금지하는 조항이 없는데다, 보험사기범 수준의 처벌을 내릴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기가 토끼라면, 현행 법과 제도는 거북이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영보험과 공영보험이 결합된 보험사기가 주류를 이루지만, 적발에 필요한 정보교류는 불가능한 상태다. 민감한 정보가 취급되다 보니 정부와 국회가 나서 관계 법령이 개정해야 근거를 만들 수 있다.
업계는 유관기관의 유기적 협력을 관장할 민관 콘트롤타워을 마련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당국자들은 거들떠보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에서 낡은 제도에 발목이 잡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작년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9434억원, 적발인원은 9만762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로는 금액도 인원도 훨씬 많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현행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낡은 제도가 보험사기 적발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법령을 개정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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