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 0.03% 하락, 6주 연속 하락세
2030세대 매수세 감소… 올 1~5월 비중 38.7%
강남 집값 17주 만에 꺾여, 실거래 잇따라 하락
전문가들 "시장 부진·가격 약보합 지속될 전망"

아파트 [서울와이어 DB]
집값 하락세가 철옹성으로 불린 강남권까지 번지면서 하락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강남불패의 대명사였던 대치동마저 하락거래가 잇따랐다. 이에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집값이 하락할지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꽁꽁 얼어붙은 '주택시장', 심리저조·매물적체 심화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4일 기준)은 0.03% 하락했다. 특히 서울은 지난주(-0.03%)와 동일한 하락폭을 기록하며 6주 연속 내림세가 지속됐다. 수도권(-0.04%)은 전주(-0.05%)보다 하락폭이 줄었다. 지방(-0.03%→-0.02%)도 마찬가지다.

서울을 권역별로 보면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0.02%)만 유일하게 상승세를 나타냈다. 용산구는 3주 연속 보합을 유지했고 강북구(-0.08%)와 노원구(-0.08%)가 높은 하락폭을 기록했다. 동대문구(-0.06%)와 은평구(-0.06%)도 내림세가 지속됐다.

최근 서울 주택시장은 침체기에 빠졌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매물도 쌓이는 모습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450건이다. 올해 초 4만5198건 대비 42.5%, 전월(6만284건) 대비 6.9% 증가한 수치다.

매수심리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86.8로 9주 연속 내림세가 이어졌다. 올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영향으로 매물이 늘어나고 있으나 집값 고점 인식 등 영향으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 미만은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보다 팔려고 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주택 매매시장을 주도했던 2030세대의 매수세도 감소했다. 올 1~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7917건) 중 30대 이하 매수 비중은 3063건(38.7%)으로 집계됐다. 2020년 하반기(40.2%)와 지난해 상반기(41.4%), 하반기(42.0%)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게 줄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3단계가 적용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부모의 증여 등 도움 없이는 매수주체로 올라서기 힘들어졌다”며 “다만 올 하반기에는 생애최초 주택구매자 대상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높아지면서 대출규제가 크게 완화돼 2030세대의 선택지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 미아지역 주택 , 아파트[서울와이어 DB] [이태구]
전문가들은 거래감소와 매물적체 등이 이어지며 가격이 약보합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이태구 기자

◆집값 하락 신호탄인가… '철옹성' 강남마저 하락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서울 집값 전망과 관련된 기대감이 커진다. 최근 철옹성으로 불렸던 강남마저 집값이 꺾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0.01% 떨어졌다. 3월 첫째 주(-0.01%) 이후 17주 만에 하락전환됐다.

특히 고가아파트가 밀집된 대치동에서도 하락단지가 속출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청담동에 위치한 ‘청담자이’ 전용면적 89㎡는 지난해 12월 36억2500만원에 최고가로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달 14일에는 35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7500만원이 떨어졌다.

아울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91㎡는 지난달 32억8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12월(40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7억7000만원 하락했다.

이처럼 강남권 집값 마저 흔들리면서 수요자들도 올 하반기 아파트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R114가 실시한 ‘2022년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38%로 집계됐다. 반면 상승할 것이라고 답한 비중은 24%를 기록했다. 3년 만에 하락 전망이 상승 전망을 앞질렀다.

전문가들도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랩장은 “집값 상승 피로감이 큰 상황 속에서 금리 인상과 DSR 추가 규제에 대한 수요자 민감도를 고려할 때 주택 거래 관망세가 더 지속될 것”이라며 “경기불황으로 전반적인 매수세가 줄 것으로 보인다. 매물적체 현상과 평년보다 저조한 주택거래, 가격 약보합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달 생애최초 구매자와 서민·실수요자들이 완화된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적용 받아 중저가 아파트의 급매물 거래에 나설 수 있다”며 “다만 DSR규제가 총대출액 1억원을 넘는 차주로 확대되고 금리 추가 인상, 경기 불확실성, 계절적 비수기 등이 맞물리며 매수심리가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거래시장 부진한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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