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 23년 만에 6%
인플레이션 압력에 경제 '비상'
채권금리 상승, 외국인자금 유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서울와이어 DB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고물가·고환율로 국내 경제가 불확실성의 공포에 휩싸였다.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커진 가운데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둔화도 우려돼 한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미룰 수 없는 물가안정, 빅스텝 초읽기

최근 국내 6월 소비자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2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6%)을 기록했다. 실제 사람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7.4% 급등했다.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앞으로 1년의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6월 기준 3.9%로 5월(3.3%) 대비 가파르게 상승했다.

물가 상승 기대는 실제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기 때문에 경제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한은은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이 발표된 직후 다시 한번 인플레이션 확산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본관 대회의실에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4%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물가상승압력이 다양한 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임금-물가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지 않도록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가시화해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지난달 '자이언트스텝'으로 현재 미 정책금리(1.5~1.75%) 상단과 한국 기준금리(1.75%)는 같아졌다. 연준은 이달 2연속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로 올라선다. 

한은이 이달 빅스텝이 아닌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 인상)에 나설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한국(2.00%)보다 0.25~0.50%나 높아진다. 빅스텝을 밟아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2.25%에 이르더라도, 여전히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0.25%포인트 높아진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은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돌파하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비 위축 등 경기둔화 '마지막 고민' 

국내 채권금리는 지난달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11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6월 장외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3년물 국고채 금리는 3.550%로 전월 말 대비 52.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물 국고채 금리는 39.7%포인트 오른 3.550%를 기록했고, 10년물은 31%포인트 오른 3.636%로 집계됐다.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도 증가했다. 국채 7조3000억원, 통안채 2조6000억원, 은행채 1조2000억원 등 총 11조4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내 채권보유 잔고는 전월(225조8301억원)대비 3조5000억원 증가한 229조3505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가안정을 통화정책 제 1목표로 삼는 한은으로선 빅스텝 카드를 바로 꺼내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가 공개한 채권보유·운용 종사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시장 참여자 99%는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폭에 대해 채권시장 참여자 가운데 64%는 0.%5의 빅스텝을 예상했고, 34%는 0.25%로 전망했다.

문제는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다. 금리가 올라가면 자산 가격이 떨어지고 부채에 대한 이자상환 부담이 늘어나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 이후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이날 발표한 '한미 정책금리 역전 도래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빅스텝에 나설 경우 기업 대출이자 부담은 약 3조9000억원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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