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 6조4000억원대로 급감
MMF 8조원↓, 정기·요구불예금 28조4000억원↑
“빅스텝, 매우 이례적…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

한은의 빅스텝으로 자본시장에서 역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 하며 증권과 은행권의 희비가 교차했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원대까지 줄었고 개인투자자의 비중 역시 48%대로 낮아졌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한은의 빅스텝으로 자본시장에서 역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 하며 증권과 은행권의 희비가 교차했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원대까지 줄었고 개인투자자의 비중 역시 48%대로 낮아졌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과 은행권의 희비가 엇갈린다. 계속된 증시의 부진 속에 투자자들 자금이 이탈해 은행 예·적금으로 쏠리는 ‘역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조2408억원으로 2020년 1월(6조4347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은이 빅스텝 결정을 발표한 전날엔 코스피 거래대금이 6조4439억원까지 줄었다. 총 거래대금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48.2%로 2019년 12월(45.8%) 이후 가장 낮아졌다.

코스피에서 개인투자자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상반기 대부분 5조~6조원대를 유지했으나 지난달 4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달 들어선 3조4900억원대까지 떨어져 지난해 1월(평균 17조2994억원)의 5분의 1 수준이 됐다.

증시를 떠난 자금은 은행권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한 달간 증권사 머니마켓펀드(MMF)에서 8조1000억원이 줄어든 반면,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은 각각 21조원과 7조4000억원 늘었다. 

앞서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했다. 이후 시중은행들도 줄줄이 수신(예금) 금리를 올렸다. 하나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최대 0.9%포인트, 우리은행은 0.8%포인트, NH농협은행은 0.6%포인트 상향한다고 밝혔다.

이에 고금리의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735조8692억원으로 전월 대비 19조3327억원 늘었다. 2개월 연속 20조원가량 증가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큰 폭 상승하면서 위험자산을 찾아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던 자금들이 다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안전자산 쪽으로 이동하는 ‘역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 주식시장의 고객예탁금은 54조원 수준까지 감소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8일 기준 54조4137억원이다.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힌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지난 1월20일(53조8056억원) 투자자예탁금이 크게 빠져나간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줄었다. 주식투자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말 약 25조원에 달하던 잔고는 이달 13일 기준 17조8000억원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또 투자 기간 61~9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DB금융투자(9.3%), 신한금융투자(9.2%), 유안타증권(9.1%), 키움증권(9%) 등 9% 이상이다. KB증권도 이달 들어 8.5%에서 8.8% 이자율을 인상했고, 이달 말 한국투자증권이 8.75%에서 9%로 올릴 예정이다.

이번 빅스텝의 증시 영향은 단기성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 당국은 이번 빅스텝이 현재로서는 매우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추후에도 다시 이뤄질 여지가 크지 않는 결정임을 강조했다”며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빅스텝 인상이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가속화되는 것을 막는 선제적인 조치라는 점도 분명하게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빅스텝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대내 재료에 따른 금리 변동성은 이전 대비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긴축이 명백한 후반부에 접어들었고, 8월 금통위 경제 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시사 등 향후 경기 우려가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에 오히려 금리가 변동성으로 인해 상승할 시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역설적으로 ‘절대금리를 사는 전략’이 유효함을 암시한다”며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이지만, 이것은 다시금 채권 매수세로 연결돼 금리 안정화 기제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