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사기 적발금액·인원 매년 증가 추세
적발인원 중 10%만 기소처리, 대부분은 약식명령
환수 어려운 구조도 '한몫'… 업계 "범죄 유인 높여"

보험제도가 보험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누적 금액은 수조원에 이르지만, 환수율은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적발돼도 기소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적고, 이 중에서도 대부분은 벌금형으로 끝난다. 

솜방망이 처벌은 독버섯이 되어 보험산업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보험사기의 심각성을 경고하지만, 정작 법률 개정에는 인색하다. 업계의 요구가 담긴 법률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기를 근절할 방법을 3회에 걸쳐 모색한다. [편집자주]

연도별 보험사기 적발인원과 금액 현황. 사진=금융감독원
연도별 보험사기 적발인원과 금액 현황. 사진=금융감독원

[서울와이어=최석범 기자] 보험사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매년 보험사기로 적발되는 금액과 인원은 전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보험사들도 보험사기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과 인원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적발금액과 적발인원은 2018년 7982억원에 7만2410명이었으나, 2019년 8809억원에 9만2538명, 2020년 8986억원에 9만8826명, 2021년 9434억원에 9만7629명으로 늘었다. 

발각되지 않은 보험범죄가 존재하는 것을 고려하면 금액과 범죄 건수가 더 많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렇다면 왜 보험사기는 끊이지 않을까. 업계는 범죄를 저질러도 웬만하면 기소유예로 끝나는 처벌이 한몫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보험사기 범죄에 관한 처벌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정하는 기준을 따른다. 특별법은 보험사기범에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고, 재범의 경우 형의 절반까지 가중토록 하고 있다. 법정형 자체는 낮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처벌을 받은 사례를 보면,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 보험연구원 자료를 보면 보험사기로 금감원에 적발된 인원은 2020년 기준 9만8826명이지만 이 중 기소된 사람은 10% 수준(2020년 1만567명)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중에서 일부만 정식재판에 회부된다는 점이다. 2020년 기준 형사재판 1심 처리대상은 1310명으로 기소사건의 12% 수준이었다. 나머지는 약식명령으로 벌금을 선고받고 종결된다. 정식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도 3년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편취액 대비 낮은 처벌은 보험사기를 로우리스크 하이리턴 범죄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범죄율, 특히 재범률을 높일 수 있다"며 "현재 법정형은 충분히 높게 설정돼 있으므로 법원의 양형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지만, 쉽지 않은 환수도 보험사기를 성행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범죄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보니, 범죄를 도모할 동기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45만1707명이고, 액수는 4조2513억원에 달한다. 업권별 적발인원과 액수는 손해보험이 40만8705명, 3조8931억원 생명보험이 4만3002명, 3583억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적발액 환수율은 손해보험의 경우 3조8931억원 중 1267억원으로 15.2% 수준이었고, 생명보험은 3583억원 중 319억원으로 17% 수준을 기록했다.

보험금 환수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난 후 이뤄지는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보험금을 다 사용하면 환수가 저조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보험금 반환청구권에 관해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보험사기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보험금 지급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보험금을 환수하지 못할 수 있다.

보험사기는 공소시효가 10년인데 보험금 반환청구권에 관해서는 5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하다 보니, 유죄선고가 나도 보험금을 환수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범죄로 인한 이익이 제대로 환수되지 못하는 구조 역시 보험사기 범죄 유인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적발될 시 처벌도 받고 보험사기로 인해 얻은 범죄수익도 모두 빼앗긴다면 애초에 범죄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고, 재범 유인도 적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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