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대우조선 하청 파업 장기화에 '노심초사'
과거 경영 위기마다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해 지원
추가자금 투입 부담·새주인 찾기 난항 등 험로 예상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주주인 산업은행 입장이 난처해졌다. 사진=서울와이어 DB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주주인 산업은행 입장이 난처해졌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50일 가까이 이어지는 옥포조선소 하청업체 파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앞서 산은은 1999년 대우그룹 파산으로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에 10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회생시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은 55.7%다. 산은이 과거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 회사 경영정상화를 지원해온 만큼 이번 파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기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하청지회는 조선소 1독(선박건조장)과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무단 점거한 채 48일째 불법파업을 펼치는 상황이다. 이에 선박 건조작업이 무기한 중단되는 등 사측에 매출 감소와 고정비 손실액은 6600억원에 달한다.

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손실액은 최대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선박 납기를 맞추지 못할 경우 매달 지체배상금 130억원가량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산은 입장도 난처하다.

위기 상황마다 산은은 공적자금을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했다. 2015년 유상증자 등을 통한 2조6000억원 수출입은행은 신규 대출로 1조6000억원 산은과 수출입은행 자본확충을 통한 2조8000억원 등이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로 2017년 다시 2조90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이에 공적자금 투입 규모만 7조원이 넘어섰다. 산은은 국민 세금을 대우조선 회생을 위해 투입했고 정상화 작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회사 매각을 시도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과 2019년 3월 체결한 계약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 넘기고,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를 받기로 합의했지만, 올해 초 유럽연합(EU) 경쟁 당국 반대로 무산됐다.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왔고 추가 공적자금 투입 부담감을 떠안았다. 다만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와 맞물려 대우조선해양이 그간 부진에서 탈출할 기미를 나타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에만 약 8조원의 선박을 수주해 연간 수주목표의 66.4%를 달성했다. 사측은 산은으로부터 받은 컨설팅을 바탕으로 경영정상화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세운 계획은 제동이 걸렸다. 앞으로 기업들이 노조 리스크를 안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에 선뜻 나설지도 미지수다. 이에 산은 등 채권단 관리 체제를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자금이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지난해부터 LNG선 등 친환경 선박을 앞세워 분위기 반전을 이뤄낸 가운데 파업 사태로 신뢰도가 떨어져 올해 호실적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대주주인 산은도 파업으로 인한 매각 차질 등의 우려로 고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번 파업과 관련 산은이 대주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18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가 단식농성 중인 현장을 찾은 뒤 산은 부행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우원식 의원은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이기 전 산업구조조정 전반을 책임지는 제1국책금융기관으로 조선업 전반의 문제를 살필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국회 차원에서 따져볼 사안인 만큼, 산업은행이 전향적 태도로 사태 해결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산은 측은 “제안을 검토해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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