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한국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미국 옐런 재무 장관이 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DB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한국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미국 옐런 재무 장관이 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한국과 미국이 필요시 외화유동성 공급장치를 비롯한 협력 방안을 실행할 수 있다는데 인식을 공유했다. 이를 두고 앞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후 첫 한국 방문에 나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9일 통화당국 수장과 경제수장을 차례로 만나 양국 간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미 재무장관이 우리나라를 찾은 것은 2016년 6월 이후 6년 만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옐런 장관은 이날 오후 한·미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외환시장 협력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방안 등 양국이 직면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두 사람은 외환시장에 관해 양국 간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고, 외환 이슈에 선제적으로 적절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추 부총리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국은 필요시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당장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지는 않지만, 향후 필요시 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옐런 장관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에 한국의 동참을 또다시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추 부총리는 "도입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원유 가격상한제는 국제유가와 소비자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두 장관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보건 등 양국 간 협력이 필요한 이슈들을 논의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미 재무장관회의에 앞서 이날 오후 1시30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옐런 장관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미 재무장관이 한은을 방문해 한은 총재와 면담을 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6년 제이컵 루 재무장관이 이주열 당시 총재와 비공개 면담을 가진 바 있다.

이 총재와 옐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 글로벌 정책 공조 등에 대해 약 40분간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달러 초강세가 이어지고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만큼 외환시장 안정화 관련 문제가 안건에 올랐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0원 급등(원화가치는 하락)한 1326.1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가장 높았다.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94억3000만 달러 줄었다. 2008년 11월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옐런 장관 방한을 계기로 양국의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양국은 앞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300억 달러에 이어 2020년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2년 전 맺은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12월 종료됐다.

한편 이 같은 통화스와프 관련 기대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4원 내려간 1313.4원에 마감됐다. 전날 종가보다 0.6원 오른 1318원에 개장했지만 오후 들어서는 매도세가 들어서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도 한때 108.6까지 상승했다가 이날 107.3으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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