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기자
김경원 기자

[서울와이어 김경원 기자]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지원금은 적어도 법적 격리가 해제되는 시점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3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현해 이같이 말했다. 이달 11일부터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생활 지원과 치료 지원을 대폭 축소하면서 깜깜이 감염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 한 말이다. 

정부는 11일부터 코로나19 격리자에게 주던 생활지원금을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만 지급한다. 코로나19로 격리·입원한 근로자에 유급휴가를 제공한 모든 중소기업에 대해 지원하던 유급휴가비도 종사자 수 30인 미만 중소기업으로 축소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더블링 증가세를 이어가던 때 지원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재갑 교수는 "30인 이상 기업이더라도 영세한 기업이 많고 아프더라도 병가를 안 주는 데도 많다"며 "이러면 코로나에 감염돼도 병가를 안 줄 가능성이 높아 숨은 감염자를 많이 만들어 유행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기우가 아니다. 실제 현실에서 코로나19 감염 의심 증상으로 검사를 받아도 확진 전까지 근무를 요구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확진 시 쉴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증상이 있는데도 검사를 기피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는 현재 7일 간 의무 격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근로자가 7일간 회사를 빠지면 불이익을 받는 것만이 아니라 무급휴가로 월급마저 깎일 수 있다. 

확진 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일을 나가면 격리명령 위반으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직장생활에서 '아프면 쉴 권리'를 잃은 사람들은 검사 자체를 기피하려 하는 것이다. 

이는 2020년 5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짙어지던 때 한 물류센터 근로자가 증상이 있는데도 쉬지 못하고 출근해 집단감염이 빚어진 사태 같은 일을 다시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축소된 정부 지원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20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정례브리핑에서 "근로자가 증상이 있는데도 출근을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그 집단 내에서 상당한 규모의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아프면 쉴 수 있는 환경 정착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격리지원금 지급 대상 확대에 대해선 "재정 여력을 고려한 종합적인 의견을 재정당국과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는 말에 그쳤다. 

코로나19 확진자는 7월 내내 더블링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당초 예측한 규모 이상으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유행 정점 시기도 예측보다 빨라지고 있다. 악몽의 8월을 예고하는 시계가 빨라진 만큼 깜깜이 감염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의 방향을 되돌리는데 정부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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