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의 신부'서 파격적 서사 지닌 '서혜승' 역할
극중 오로지 복수를 위해 결혼 비즈니스에 참여
한국문화가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한 소재라 생각
※기사에 ‘블랙의 신부’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됐습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사랑을 원하는 누군가에겐 눈길도 가지 않는 관심사겠지만 조건을 거래하는 누군가에겐 신분 상승과 재력,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을 위한 최고의 가교. 바로 결혼정보회사. 돈이 곧 권력이고 명예인 세상 속 극소수의 사람들은 가진 것을 지키고 더 많은 것을 쟁취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를 이용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의 신부'는 재산, 직업, 배경에 따라 철저하게 등급이 구분되는 결혼정보회사라는 소재와 그 안에서도 상위 0.1%에게만 부여되는 최상위 등급의 인물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작품마다 대체 불가한 존재감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아온 김희선은 '블랙의 신부'에서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과 딸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이에게 복수하기 위해 결혼정보회사 '렉스'의 결혼 비즈니스에 동참하는 '서혜승' 역을 맡았다. ‘서혜승’은 경제적인 측면이나 사회적인 면면에서 가장 서민적이고 '블랙' 등급에 전혀 어울릴 수 없는 인물이지만 그만큼 파격적인 설정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기자와 만난 김희선은 작품 출연의 계기를 소개하며 ‘K-콘텐츠’를 언급했다.
"처음 작품 제안을 받았을 당시엔 지금처럼 화려한 K-콘텐츠의 붐이 있기 전이었어요. 작품 촬영 진행 중에 '오징어 게임'이 공개됐고 세계적인 인기를 받았죠. 연달아 국내 넷플릭스 작품이 흥행하는 걸 보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나도 도전을 해봐야겠다'라는 도전 의식이 생겼어요. 넷플릭스가 세계적인 OTT라는 점에서 욕심도 났고요. 세계인들에게 코리아 넷플릭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우리나라 문화가 무엇일지 생각했고 '블랙의 신부'가 펼치는 색다른 이야기와 신선한 소재에 끌렸어요."
순수하게 이성을 찾는 데이팅 앱에 익숙한 해외 시청자들에겐 사람을 등급으로 나눠 조건 속에서 결혼 상대를 찾는 결혼정보회사라는 것 자체가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다. 좋게 보면 신선하지만, 각도를 다르게 보면 자극과 속물인 게 가득한. 김희선이 연기한 '혜승'은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과 자녀까지 사지로 몰아넣은 남편 직장의 동료이자 치정을 나눴던 변호사 '진유희'(정유진)을 향한 복수를 위해 달린다.
“저도 결혼을 하고 남편과 산 지 16년이 됐어요. 중학생 딸도 있으니 '혜승'이와 설정이 정말 비슷하죠. 극 초반 '혜승'이는 아이를 양육하며 집안을 돌보는 전업주부잖아요. 바람피우는 건 안 되는 거지만 남편의 입장에선 공감이 가요. 분야의 경력을 꾸준히 쌓아가는 전문직 여성, 회사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는 여성에게 혹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주위에 실제로 이런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혜승'이 '진유희'에게 복수를 하기까지 그 과정은 제가 봐도 답답했지만 지혜의 여신답게 큰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해요.”
"조금만 어렸어도 '진유희' 역할을 맡았을 텐데. (웃음) 사실 차지연 배우가 맡았던 '렉스' 대표 '최유선' 역도 되게 탐났었거든요. '혜승'의 남편이 자살하기 전까지 상황을 빗대어 봤을 때 저도 일하다가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연기를 쉬었고. 다시 복귀했는데. '혜승'도 대학원 박사 후 교직에 물러났다가 복귀하잖아요. 여러 면에서 '혜승'과 배우 김희선으로 맞물린 설정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복수하는 과정에서 통쾌한 면도 있잖아요. 그래서 감독님도 저를 '혜승' 역에 선정한 거라 생각합니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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