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위기를 넘기면 금새 또 위기가 찾아온다. 산 넘어 산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가 최근 업계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요즘 상황을 고려하면 모든 건설업계를 대변하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들어 끊임 없는 파업으로 건설현장 셧다운 위기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건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업계의 부담이 가중됐다. 이들은 급등한 가격에 따른 비용과 임금인상 등을 요구했으나 건설사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파업에 나섰다. 올 4월 진행된 철근콘크리트업계의 파업이 첫번째다.
당시 전국 곳곳의 철근콘크리트 연합회는 폭등한 건자재와 인건비를 반영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전국 건설현장 600곳에서 공사가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가까스로 협상에 성공하며 공사가 재개됐으나 피해규모는 결코 적지 않았다.
분위기가 어느정도 안정되고 우려가 잠식될 시기에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 올 6월 전국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이 진행되면서 철근·레미콘·시멘트 공급이 중단됐다. 일부 건설현장은 울며 겨자먹기로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도 수도권 건설기계노조·플랜트노조도 파업 조짐을 보이면서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올 상반기가 조금 지난 시점에서 이미 건설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아울러 남은 기간 동안 언제 또 파업으로 비상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업계는 안절부절이다.
건설현장이 멈추면 아파트의 경우 자연스럽게 분양일정이 미뤄지고 결국 피해는 수요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미 250만호가 넘는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초기부터 건설현장 이해당사자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공약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수많은 노조와 건설사의 모든 목소리를 들어줄 수는 없다. 다만 양측이 서로 최대한 양보해 합의점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들의 문제는 결국 정부의 숙제다. 협상의 실패는 더 큰 싸움으로 번지고 감정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업계의 일이니 자율적으로 해결하라고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 개입하고 빠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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