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지주와 물류서비스지주 흡수합병키로
합병 후 상호출자, 일감몰아주기 해소 예상
베트남·동남아 라면 시장 확대 본격화 전망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5년에 걸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함 회장이 그간 계속 지적받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오뚜기 제공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5년에 걸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함 회장이 그간 계속 지적받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오뚜기 제공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착한기업, 갓뚜기.’ 식품기업 오뚜기는 선한기업의 대명사다. 각종 선행과 미담이 외부에 알려지면서다. 또한 식품업계 대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기업으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있다.

함 회장 역시 ‘모범생’, ‘바른생활 최고경영자(CEO)’ 등의 별명으로 불린다. 그는 남다른 경영철학으로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왔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함 회장은 5년에 걸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한다. 오뚜기가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를 흡수합병하면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함 회장이 그간 지적받았던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단순화된 지배구조를 통해 그간 관심을 내비쳐온 해외사업도 본격화한다. 올해는 전체 사업 매출 대비 10% 수준인 해외사업 강화를 위한 행보에 전력을 쏟을 계획이다. 최근 함 회장이 업계 안팎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착한기업 ‘갓뚜기’ 만든 함영준 회장

오뚜기는 2017년부터 ‘갓뚜기(GOD+오뚜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국내 대표 착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뚜기가 지금의 갓뚜기가 되는 데는 함 회장의 공이 컸다. 1959년생인 그는 오뚜기 창업주인 고 함태호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1984년 오뚜기에 입사한 후 26년 만인 2010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그의 경영철학은 부친인 함 명예회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함 명예회장의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는 선친의 뜻에 따라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 이전에 오뚜기는 전체 직원 약 3000명 중 정규직 비율이 거의 99%에 달하며 이른바 착한기업으로 불리게 된다.

심장병 어린이 후원사업을 진행해 온 것은 이미 유명하다. 1992년부터 30년간 꾸준히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를 지원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5617명의 어린이가 새 생명을 얻었다. 

2016년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1500억원의 상속세를 모두 납부한 점도 화제가 됐다. 승계 과정에서 편법을 동원해 세금을 회피해온 재벌가 관행과는 상반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함 회장의 이 같은 결정은 ‘정직한 기업가’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지배구조 개선, 일감몰아주기 해소?

함 회장은 2017년 오뚜기삼화식품, 2018년 상미식품지주, 풍림피앤피지주 흡수합병을 시작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시작했다. 관계사 일감몰아주기 등 지배구조를 둘러싼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2017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지배구조 평가에서 오뚜기는 최하위인 D등급을 받았다. 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줘 오너 일가가 사익을 편취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오뚜기는 다음 달 1일을 합병계약일로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를 흡수 합병한다. 오뚜기와 오뚜기라면지주의 합병비율은 1대 0.5314222,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와의 합병비율은 1:0이며 합병 시점은 10월에 완료된다.

이번 합병은 오뚜기가 보유한 나머지 2곳의 계열사를 흡수하는 것으로 함 회장이 5년에 걸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한다. 합병이 완료되면 함 회장이 오뚜기를 지배하는 단순하고 명확한 지배구조 체제가 된다.

이에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던 일감몰아주기 논란 등에서도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상호출자 관계를 해소하는 동시에 높은 내부거래 비중도 낮출 수 있어서다.

◆부진했던 해외사업, 시장 확대 본격화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되면 그간 주춤했던 해외시장 확대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오뚜기는 그간 해외사업에 취약하다는 평을 받았다. 오뚜기의 해외사업 확대는 함 회장의 숙원이다. 

현재 오뚜기는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전 세계 6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나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은 10% 안팎이다. 경쟁사인 농심과 삼양식품이 각각 27%, 60% 수준인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함 회장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중국 등을 공략하고 이후 미주, 유럽, 오세아니아 등에서 마케팅을 강화하며 점유율을 늘릴 계획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핵심 원재료, 중간제품 등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 영업조직의 효율화를 통한 시장 공략도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 회장은 ‘보다 좋은 품질, 보다 높은 영양, 보다 앞선 식품으로 인류 식생활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기업 이미지뿐 아니라 사업에서도 함 회장이 ‘갓뚜기’ 위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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