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 후 통화 정책 방향,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
"기업실적 악화·리스크 선호심리 후퇴로 증시 부담은 가중"
'현금 비중을 높여라' 원전, 방산 섹터와 엔화 투자도 고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Fed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Fed 제공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최근까지 부진한 주식시장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결정 전까지 인플레이션 확대, 기업실적 악화 등 악재들로 인해 주식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 오히려 부담 가중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월가의 투자자들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올해 연말까지 이어진 후 내년 6월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데 베팅 중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펼치는 고강도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으면서 통화 정책 방향을 틀어 다시 금리 인하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작 증권전문가들은 경기지표 악화로 인한 연준의 금리 인하 선회 또는 긴축 속도 둔화 기대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되레 이 같은 기대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잡힐 때까진 연준의 긴축 스탠스 완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라며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실적은 더 나빠질 것이고 리스크 선호심리가 후퇴해 증시에는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엔 연준의 매파적 긴축정책에 따른 우려로 실제 매크로(거시경제)나 기업실적에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투자자들의 선제적 위험관리가 주가 하락을 초래했다”며 “반면 하반기에는 경기둔화 우려가 현실화되고 기업실적의 악화가 우려돼 상반기 과매도에 따른 기술적 반등시도가 계속되겠지만, 본격적인 추세 반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주식시장은 물가 피크아웃 기대로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반등 이후 경기침체 여부, 기업실적 성장성 증명 등을 확인하는 시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돼 기업실적변화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26~27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 폭 확인과 향후 통화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시장의 관심은 물가와 경기침체에 쏠려있는 만큼 이번 주 FOMC와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 발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두려움이 팽배한 시장 분위기 탓에 크고 작은 경기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 전반적으로 주시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증시보다 미국 증시 관심 추천

전문가들은 사진=뉴욕증권거래소(NYSE)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가 부진하거나 시장 외부 변수들(지정학 등)의 예측 가능성이 낮을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는 점은 미국증시의 큰 매력이라며 미국증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사진=뉴욕증권거래소(NYSE)

전문가들은 부진한 국내증시에서 시선을 돌려 미국 증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선회 전망으로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내려가면서 상반기 급락했던 뉴욕증시가 진정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스냅발 충격으로 막판 흔들리긴 했으나 주간 기준으로 꽤 큰 폭의 상승을 기록, 투자자들의 바닥 기대를 불러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한 주 2.6%가 올랐고, 나스닥은 상승 폭이 3.3%였다. 다우지수 역시 주간으로 2%가 올랐다.

윤석모 센터장은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 미국 증시가 누리는 기본적 매력은 달러 강세”라며 “통상 달러는 글로벌 경기가 부진하거나 시장 외부 변수들(지정학 등)의 예측 가능성이 낮을 때 강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미국 핵심기업들은 압도적 시장 지배력으로 인해 경기침체기에도 실적 방어능력이 우수하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황승택 센터장은 “미국 증시의 투자 매력은 대외 환경에 지나친 영향을 받는 기타 증시보다 그 본질만으로 판단하고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증시의 반등에도 제일 먼저, 제일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자 종목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지만, 공통적으로 현금 비중 높이는 것을 추천했다.

이진우 팀장은 “현재 경기 및 정책 경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자산군의 선택은 무의미하다”며 “투자성향에 맞춰 반등 시 현금 비중을 높이는 것을 추천하고 방향성이 명확히 진 뒤에 자산군 선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모 센터장 역시 주식의 경우 배당주 등으로 압축하고 현금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대응을 권고했다. 그는 “다만 적극적 투자자라면 과도한 하락이 나타나면 실적주 중심으로 분할매수를 고려할 수도 있다”면서 “채권의 경우 한국 국채나 미국 등의 우량회사채가 선호될 것”이라고 봤다.

원전, 방산 섹터와 엔화 투자도 고려할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승택 센터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 대란으로 전 세계는 원전 확대 기조가 지속 중”이라며 “또한 일본과 독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발표한 군사비 증가는 해당국들만이 아닌 전 세계 신냉전 기조에 글로벌 국방비 증가를 불러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엔화는 현재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일본의 글로벌 긴축 기조에 역행하는 기준금리 인상 지연에 가치 절하됐다”며 “다만 현재의 금리 정책을 멈추고 다른 국가에 맞춰 인상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엔화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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