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덴트 등 복잡한 관계사·정부 규제 등 발목
매각 실현 여부 불투명… 증시 관련주 들썩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소 FTX가 빗썸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빗썸의 매각 의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어 매각 실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장에선 인수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허백영 빗썸 대표. 사진=빗썸 제공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소 FTX가 빗썸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빗썸의 매각 의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어 매각 실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장에선 인수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허백영 빗썸 대표. 사진=빗썸 제공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글로벌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국내 거래소 빗썸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은 설립 이후 줄곧 매각 추진 및 인수설이 제기됐지만 번번히 좌절됐다.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는 FTX가 나선 터라 이번에는 주인이 바뀔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높다.

26일 빗썸의 최대주주인 비덴트는 “FTX측과 빗썸코리아 및 빗썸홀딩스 출자증권 처분을 위한 접촉 및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있다”고 공시했다. 다만 이들은 아직 진행중인 사안이며, 현시점에서 매각 조건이나 일정 등 구체적 내용이 정해진 바가 없어, 구체적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비덴트는 방송장비 제조, 블록체인 투자 기업이다. 현재 빗썸의 단일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비덴트는 빗썸 운영사인 빗썸코리아의 지주사인 빗썸홀딩스의 지분 34.22%, 빗썸코리아 지분 10.28%를 보유하고 있다.

FTX는 미국의 30세 억만장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이끄는 디지털자산 거래소다. 세계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후오비에 이어 글로벌 4대 거래소로 평가된다. 

2019년 출범 이후 디지털자산 파생상품을 주력으로 성장한 FTX는 바하마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시장가치는 320억달러(약 42조원)로 추산된다. 코인마켓캡에서 이날 오후 8시 기준 24시간 거래량이 18억9600만달러(약 2조4800억원)로 바이낸스에 이어 전 세계 거래소 중 2위 규모를 기록 중이다.

FTX의 빗썸 인수설은 최근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인수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FTX가 한국의 디지털자산 거래소 빗썸을 사들이기 위해 사전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양사는 몇 달 동안 인수 문제를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FTX와 자회사 FTX US가 (빗썸 및 디지털자산 업체 인수 목적으로) 최근 신규 자본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FTX 측은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빗썸 관계자 또한 이와 관련해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빗썸은 과거에도 몇 차례 매각설이 불거진 바 있다. 2014년 설립한 빗썸은 설립된 지 얼마 안 돼 김병건 BK메티컬그룹이 주도하는 BK컨소시엄과 4억달러(약 5200억원)에 매각작업을 벌였지만, 인수자금 납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8년 인수계약이 파기됐다.

이후 2020년에는 빗썸코리아 주요 주주인 빗썸홀딩스가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해 보유한 모든 지분인 70% 가량의 매각을 추진했다. JP모건을 비롯해 중국계 디지털자산거래소 후오비, 넥슨의 지주사인 NXC, 위메이드트리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디지털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 급락을 경험한 데다 이정훈 전 이사회 의장이 BXA토큰(일명 빗썸코인)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겨지는 등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영향이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해까지 FTX는 한국지사를 두며 국내시장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좌초됐다. 해외 거래소가 국내 사업자와 똑같이 디지털자산사업자(VASP) 신고 의무를 지게 되자 내국인 대상 영업을 종료했다.

국내에서 한발 물러났으나, FTX는 최근 테라-루나 사태로 디지털자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것을 기회로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달 초에는 디지털자산 대출 플랫폼 블록파이에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하며, 이 회사를 2억4000만달러(약 3150억원)에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계약까지 체결한 상황이다.

이번 매각의 걸림돌은 빗썸의 여전히 복잡한 지배구조 및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 규제다.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의 대주주는 지분 73.56%를 보유한 빗썸홀딩스다. 빗썸홀딩스는 코스닥 상장기업인 비덴트(보유 지분율 34.22%)가 최대주주다. 이어 이 전 의장의 후보지분으로 평가되는 디에이에이(29.98%), BTHMB홀딩스(10.7%)가 뒤를 잇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매각 불발의 원인이었던 복잡한 지배구조와 특금법 시행 등에 따른 경영리스크 부담이 커진 점 등을 매각설의 배경으로 본다. 또한 이를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로도 꼽았다.

양측 모두 인수설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하게 될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현재까지 언급된 유력한 시나리오는 직접 빗썸홀딩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과 대주주인 비덴트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한편, 인수설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식시장에선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는 전 거래일 대비 7.56% 오른 1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는 29.77%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외 위지트(3.30%), 티사이언티픽(0.16%) 등 다른 빗썸 관련주들도 상승했다. 티사이언티픽은 빗썸코리아 지분 8.23%를 보유하고 있으며 위지트는 티사이언티픽의 최대주주다. 비덴트 최대주주인 인바이오젠은 전날 9.52% 올랐으나 이날은 3.04%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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